영국 매체 ‘더 선’은 23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은 손흥민(31, 토트넘 홋스퍼)이 맨유 팬임을 주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흥미로운 주장이다. 발단은 최근 손흥민이 참석한 EA FC 런칭 행사에서 나왔다. 행사에 참석한 손흥민은 능력치별로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선수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여기서 손흥민은 패스로는 폴 스콜스, 슈팅은 루드 반 니스텔루이, 힘은 웨인 루니, 드리블은 호나우두, 스피드로는 티에리 앙리를 선택했다.
또한 손흥민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과거 함부르크SV(독일)에서 성장한 손흥민은 당시 팀의 베테랑이던 반 니스텔루이의 튜터를 받았다. 세계 최고 공격수의 지도를 받은 손흥민은 현재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올라섰다. 그리고 눈 앞에서 지도를 받은 만큼 가장 슈팅이 뛰어난 선수로 반 니스텔루이를 꼽았다.
이처럼 손흥민이 맨유의 레전드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자, 맨유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더 선’에 따르면, 한 팬은 “손흥민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맨유 팬이다”라는 멘트를 남겼다. 또 다른 팬은 “손흥민은 맨유로 와야 한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손흥민이 맨유 팬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손흥민은 어린 시절 맨유의 경기를 자주 보면서 자랐을 가능성이 크다. 다름 아닌 ‘유럽파 선배’ 박지성 때문이다. 박지성은 명실상부한 한국 축구의 레전드로, 2005년 PSV 아인트호벤(네덜란드)을 떠나 맨유에 합류했다. 한국 선수가 이례적으로 세계 최고의 팀에 합류하자, 국내 축구 팬들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손흥민도 당시 국내 축구 팬들과 마찬가지로 박지성의 활약을 지켜봤을 가능성이 크다. 한때 손흥민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의 팬임을 밝힌 바 있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뛰던 시절, 호날두는 팀의 대체 불가 에이스였다.
손흥민은 2015-16시즌 5라운드 선더랜드를 상대로 프리미어리그에 공식 데뷔했다. 해당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하지 못하며, 62분을 소화하고 교체로 물러났다.
하지만 바로 다음 리그 경기였던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선제 결승 골을 넣었다. 빠른 침투로 상대의 공간을 허문 뒤,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역사적인 프리미어리그 첫 골이었다.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지만, 이후 부진했다. 해당 시즌 리그 28경기에 출전했지만 4골에 그쳤다. 이중 선발 출전은 13번에 불과했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볼프스부르크 이적설이 돌았다. 주전 경쟁에 밀리며 더 많은 기회를 위해 이적을 추진했다.
2018-19시즌이 절정이었다. 모든 대회 48경기에 출전해 20골과 10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토트넘 입단 후 처음으로 한 시즌 20골 고지를 밟은 것이다. 또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특히 맨체스터 시티와 8강전은 아직도 국내 축구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토트넘은 전력상 우위에 있던 맨시티와 8강에서 만났다. 하지만 1차전에서 손흥민의 소중한 결승 골로 1-0 승리를 따냈다. 이어서 펼쳐진 2차전에선 전반 4분 만에 라힘 스털링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하지만 손흥민이 연이어 2골을 넣었다. 당시엔 원정 다득점 규칙이 존재하던 시절이기에, 손흥민의 두골은 엄청난 값어치가 있었다. 맨시티는 4강 진출을 위해 토트넘을 계속해서 두드렸고, 4-3 승리를 거뒀다. 1, 2차전 합계 4-4를 만들었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4강에 올라가는 팀은 토트넘이었다. 이후 토트넘은 리버풀과 결승에서 만났지만, 0-2로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021-22시즌에는 새 역사를 썼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함께 공동 득점왕에 오른 것이다. 손흥민은 리그 마지막 라운드에서 노리치 시티를 만났다. 당시 손흥민은 살라에 비해 1골이 밀려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노리치를 상대로 멀티 골을 넣으며 득점왕을 완성했다. 비록 살라가 같은 시간에 펼쳐진 경기에서 한 골을 추가하며 공동 득점왕에 올랐지만, 그럼에도 분명 대단한 성과였다. 손흥민은 결국 2022년 발롱도르 11위라는 역대급 순위를 기록했다.
손흥민을 주장으로 임명한 토트넘은 이번 시즌 고공 행진을 달리고 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함께 리그 5경기에서 4승 1무로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 안토니오 콘테 전임 감독 시절에 비해 화끈한 공격 축구를 선보이는 중이다.
주장 손흥민은 이전에 비해 득점보다 팀 플레이에 도움을 주는 쪽을 택하고 있다. 덕분에 신입생들이 빠른 적응을 마치고 놀라운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레스터 시티에서 온 제임스 매디슨은 부주장으로 임명되며 손흥민과 함께 주장단으로 임명됐다. 총 6경기에 출전해 2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특히 직전에 있었던 세필드 유나이티드전에서 0-1로 끌려갔지만, 경기 막바지에 터진 히샤를리송과 데얀 쿨루셉스키의 연속골로 2-1 승리를 따냈다. 토트넘은 셰필드전 승리로 리그 2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의 리더십은 큰 화제를 모았다. 이날 동점 골을 넣은 히샤를리송을 치켜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히샤를리송은 부진이 길어지며 최근 많은 비판을 받았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거액에 영입됐지만, 프리미어리그 득점은 한 골이 전부였다. 이번 시즌에도 부진이 이어졌다.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해리 케인의 자리를 메워야 했지만, 쉽지 않았다. 첫 3경기 동안 선발 출전했지만, 득점은 커녕 도움도 기록하지 못했다. 점차 히샤를리송은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손흥민의 리더십이 빛났다. 히샤를리송은 셰필드전 이후 인터뷰를 통해 본인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사람은 손흥민이라 언급하며 감사를 표했다.
이제 토트넘은 오는 24일 아스날과 운명의 북런던 더비를 펼친다. 아스날 역시 리그에서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을 중심으로 좋은 시즌 출발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맨시티에 역전 우승을 내줬던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토트넘 입장에선 현재까지 만난 상대 중 가장 까다로운 상대가 될 전망이다. 토트넘이 마지막으로 아스날 원정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무려 5년 전이다. 프리미어리그로 범위를 한정한다면 20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가장 중요한 순간에 놓인 토트넘이다. 어느 때보다 주장 손흥민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