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중단, 영장심사 일정 염두에 둔 듯…'체포안 가결 사태' 수습도 구상
당 지지도 상승효과 초반 반짝…대여 요구 관철 못 하고 내분 오히려 커져
이재명 |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째 이어가던 단식을 23일 중단하며 회복 치료를 받기 시작했지만, 향후 그의 정치적 행로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당은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이후 내분이 폭발하며 극도의 혼란에 빠져들었고, 당장 26일에는 본인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심사)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이 대표의 단식 중단 이유는 의료진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민주당은 설명했다.
실제 그는 병상에서 자력으로 일어나지 못하고, 대답도 겨우 할 정도로 건강이 매우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사흘 뒤 영장 심사 일정이 고려된 결정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며칠이라도 몸을 회복시켜 영장 심사에 제대로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영장 심사에는 변호인만 참여하거나 서면 심사도 가능하지만, 이 대표는 직접 출석해 판사 앞에서 죄가 없다는 점을 호소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로 당이 대혼돈에 빠진 만큼 신속히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점도 단식 중단의 배경으로 보인다.
자리에 누워 단식 농성 이어가는 이재명 |
이 대표 단식이 남긴 것에 대해선 평가가 극명히 엇갈린다.
이번 단식은 사법 리스크 장기화 속 당 지지율 하락과 당내 계파 갈등 등 수세에 몰린 상황을 뒤집으려는 정치적 승부수로 여겨졌다.
총선을 앞두고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야당 지도자로서의 선명성을 부각한 것은 성과로 꼽힌다. 극한의 방식을 통해 초고강도 대여 투쟁 여론전을 펼쳤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석열 정권의 포악함과 무도함을 국민들에게 부각하고 지지층 결집에 나선 이번 단식 투쟁 자체가 성과"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김영삼 전 대통령(23일)보다 하루 더 단식하면서 제1야당 대표로서의 결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여당을 상대로 뚜렷하게 관철해 낸 것이 없고, 결과적으로 당내 단합을 이루는 데도 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대표가 단식을 시작하면서 요구한 ▲ 민생 파괴·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죄 ▲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반대 입장 천명 및 국제 해양재판소 제소 ▲ 전면적 국정 쇄신 및 개각 단행 등은 윤석열 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요구였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출구 없는 외통수 단식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실제 단식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여권으로부터 이렇다 할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단식 14일 차인 지난 13일 2차 개각에선 민주당이 격렬히 반대하는 인사들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재명 대표 만난 문재인 전 대통령 |
기대했던 지지율 상승효과는 초반에만 반짝 나타나는 데 그쳤다.
단식 초반인 8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 대상·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무선전화 가상번호 인터뷰 100% 방식·응답률 14.6%·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4%로 전주보다 7%포인트(p) 올랐고, 국민의힘은 전주와 같은 34%였다.
전날 발표된 같은 방식의 한국갤럽 조사(19∼21일·응답률 13.4%)를 보면 민주당 지지도는 국민의힘과 같은 33%였다.
단식 효과로 잠시 잠잠해진 계파 갈등은 지난 21일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로 오히려 더욱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무엇보다 '방탄 단식'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점은 단식의 순수성을 퇴색시켰다는 비판이 있다.
이 대표가 단식에 돌입할 때 이미 '9월 구속영장 청구설'이 파다했던 만큼 여권뿐 아니라 당내 비명(비이재명)계에서 '구속을 피하려는 단식'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특히 체포동의안 표결 하루 전 SNS를 통해 의원들에게 사실상 부결 요청을 하면서 '방탄 단식 인증'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점과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한 지 3개월 만에 말을 바꿨다는 점은 이 대표로서는 아픈 부분이다.
단식을 끝낸 이 대표는 당장 구속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정치생명 최대 위기에 처하게 된다. 당은 현 지도체제를 지키려는 친명(친이재명)계와 총선 패배를 우려하며 지도부 교체를 요구하는 비명계로 쪼개져 야권 발 정계 개편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구속을 면하더라도,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갈등의 골을 봉합하면서 단일대오로 총선 승리를 주도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가 놓여있다.
s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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