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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임도헌 감독,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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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참사' 이외에는 어떤 수식어도 붙이기 어렵다. 한국 남자배구의 이 날 참패는 다른 의미로 역사적인 경기였다.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세계 27위)은 지난 22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시 중국 섬유 도시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배구 12강전 파키스탄과의 대결에서 세트스코어 0-3(19-25, 22-25, 21-25)으로 패했다.
파키스탄은 세계랭킹 51위로, 한국보다 24계단 아래에 위치했다. 그러나 남자배구나 여자배구나 세계랭킹은 이제 한국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
한국 남자배구는 이번 아시안게임 첫 경기부터 세계랭킹 73위였던 인도에 세트스코어 2-3 충격패를 당하며 시작했다. 시작이 불안했다. 이어 열린 캄보디아(랭킹없음)와의 대결에서도 첫 세트는 어깨를 비비며 아슬아슬한 경기력을 보였다. 여기에 파키스탄에게는 결국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가장 점수를 많이 올린 아포짓 허수봉(현대캐피탈)이 11득점에 그쳤다. 블로킹은 5-9, 공격점수는 34-45로 밀렸다.
한국 남자배구가 아시안게임에서 입상하지 못한 것은 지난 1962년 자카르타 대회에서 5위에 오른 이후 61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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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게임 파키스탄전에서 패배한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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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구 대표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비를 위해 지난 5월 24일부터 진천선수촌에 모여 훈련을 실시했다. 당시 남자배구 대표팀은 대만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을 앞둔 상황이었다.
청사진은 AVC 챌린지컵에서 성적을 끌어올려 FIVB 챌린지컵에 나선 뒤, 6년만의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무대까지 복귀하는 것이었다.
이후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따는 것을 자신만만하게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남자배구 대표팀은 챌린지컵 4강전에서 당시 세계 77위였던 바레인에 무너지며 VNL 복귀에 실패하고 동메달로 돌아섰다. 이후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4강 진출에 실패하며 5~6위 결정전까지 밀렸다.
다급해진 임도헌 감독은 아시안게임에 나서기 직전 베테랑 세터 한선수(대한항공)를 다시 불러들였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이후 임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전광인(현대캐피탈)의 발목도 좋지 않았고, 정지석(대한항공)도 항저우에서 컨디션이 떨어졌다"며 "이런 얘기는 다 핑계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아울러 "좌우 날개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 인도, 파키스탄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펼쳤고 우리 미들블로커도 취약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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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임동혁이 실점 후 쓰러져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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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전광인이 공격을 시도한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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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부상당한 전광인을 차출한 것부터가 문제다. 게다가 미들블로커가 취약한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면 훈련이 이루어지는 몇 개월 동안 대진하게 될 상대의 어떤 전력을 어떻게 분석한 것이며, 애초에 어떤 배구를 준비한 것인지부터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결국은 국내 리그에서 용병에 기대듯이 윙에 기대는 배구로 기울어지고 말았다.
여기에 세대교체를 천명하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39세 노장 한선수를 급하게 합류시킨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선수육성에 대한 최소한의 의지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는 결국 '쓸 사람만 쓰는' 배구를 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제 한국 남자배구는 허수봉이 꾸역꾸역 득점을 끌어오는 방법이 통하면 하위권 팀을 상대로 간신히 이기는 배구, 그렇지 않다면 빈 구멍만 다 보여주고 무력하게 돌아서는 팀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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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허수봉이 공격을 시도한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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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봉은 파키스탄 전 패배 후 인터뷰를 통해 "동남아나 중동 국가들이 기본기가 많이 올라갔다"고 평했다.
후일 30대 후반이 된 허수봉을 '어쩔 수 없이' 국가대표에 또 차출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한다. 파키스탄과 인도, 캄보디아가 몰라보게 성장하는 동안 한국은 어떤 배구를 하고 있었는지 되짚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비단 남자배구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편, 조기 탈락한 한국 남자배구는 7~12위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오는 24일 바레인(74위)과 순위 결정전을 치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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