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유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연장 발표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조만간 100달러대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다른 산유국들의 증산과 글로벌 경제 성장세 둔화로 수요가 줄면서 오름세가 둔화될 가능성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23일 국제금융센터의 '최근 국제유가 상승 배경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6월 말 배럴당 67달러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이후 이달 20일 90.28달러까지 상승하며 최근 10개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원유 생산이 줄어든 여파다. 하반기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은 상반기 대비 하루 평균 120만 배럴이 줄었다. 이는 세계공급량의 1.2%에 해당하는 규모다. 러시아의 원유 수출량도 상반기 대비 40만 배럴 감소가 예상된다.
다만 고유가에 힘입어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비(非)석유수출국기구플러스(OPEC+)의 생산확대가 예상된다. 이와 함께 수년간 생산 확대를 시도한 OPEC 내 취약 5개국의 증산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제유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미국 원유재고는 최근 5년간 최저치에 근접하고 있다. OECD 국가의 재고도 평균 5년 아래로 떨어진 반면 중국의 재고는 7월 말 기준 역대 최고치인 10억 배럴로 추정된다.
세계 원유 수요는 선진국 중심으로 견조한 증가세가 예상되지만 불확실한 경기 전망이 여전히 변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9월 전망에서 올해 하반기 세계수요가 상반기 대비 일일 135만 배럴(+1.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미국 등 선진국의 증가분이 100만 배럴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중국은 10만 배럴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OECD의 세계 성장률 전망이 올해 3.0%에서 내년 2.7%로 낮아지는 등 경기둔화가 예상되면서 글로벌 원유수요도 주요 기관들의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등 여타 산유국들의 증산 여력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속도조절 가능성 △불확실한 세계수요 전망 등을 향후 국제유가의 오름세를 완화할 요인으로 꼽았다. 투기자금의 유입이 증가할 경우 국제유가의 상승폭이 일시적으로 확대될 수 있겠지만
평균적으로는 현재 수준을 크게 상회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황유선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국제유가의 향방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통화정책 기대 변화의 주요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국제유가 흐름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주경제=박기락 기자 kiroc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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