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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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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최대 피해자인데…먹고사느라 바쁜 동남아인 절반만 "심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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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연구소, 아세안 2225명 대상 조사
말레이 장관 "빵·버터 문제 반영된 결과"
한국일보

7월 필리핀 북부 바기오의 주택가에서 경찰관이 태풍 독수리로 인한 토사로 파손된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필리핀 북부를 강타한 제5호 태풍 독수리의 여파로 저지대 마을에서 홍수가 발생하고 정전 등이 빚어졌으며 1만2,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바기오=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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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 회원국에서 기후 위기를 시급한 문제로 여기는 사람이 절반도 안 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동남아는 산업화에 일찌감치 성공한 선진국들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피해자다. 실제 동남아 각국은 올해 폭염과 가뭄, 태풍 등 환경 재앙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생계 위기 때문에 환경 문제까지 신경 쓰지 못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싱가포르 싱크탱크 동남아시아연구소(ISEAS)가 공개한 ‘동남아 기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 지역에 거주하는 2,225명에게 기후 위기에 대한 견해를 물은 결과 “국가에 심각하고 즉각적인 위협”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49.4%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기후 문제가 ‘위기’ 수준까진 아니라고 본 셈이다. 기후 위기가 심각하고 즉각적인 위협이라는 답변 비율은 2021년(68.8%)보다 떨어졌다.

이번 조사에서 "기후 위기는 지켜볼 만한 문제"라는 답변은 41.9%였고, "장기적 위협이지만 평생 나에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4.5%), "큰 위협이 아니다"(2.3%)라는 응답도 나왔다.
한국일보

베트남에 극심한 가뭄이 찾아왔던 2016년, 기후 환경학자인 레안투안 껀터대 교수가 껀터시에서 말라버린 저수지를 확인하고 있다. 레안투안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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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EAS는 동남아 지역의 느슨한 경각심을 ‘경제난’에서 찾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커진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압력과 에너지·식량 가격 상승 상황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닉 나즈미 닉 아흐마드 말레이시아 환경·기후 변화부 장관은 “감염병 확산 이후 동남아 전역에서 부각된 빵과 버터의 문제(먹고사는 문제)를 반영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기후 위기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은 ‘돈’인 것으로 조사됐다. 친환경 에너지로의 급격한 전환으로 "에너지 가격과 생활비가 상승할 것"이라고 걱정한 응답자는 54.2%였고, "가용 에너지가 부족해질 것"(21.7%), "사회 불평등이 확대될 것"(8.8%) 등 비관적 답변이 많이 꼽혔다.

동남아인들은 기후변화 대응 책임을 져야 할 각국 중앙정부의 게으름을 탓했다. 응답자의 36%는 “정부가 위협을 인지하긴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25%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기후 대응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답변은 24.8%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ISEAS가 아세안 10개국의 60세 미만을 대상으로 7월 11일부터 8월 6일까지 진행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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