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보다는 인정과 존중에 초점 맞춘 이야기
사기 자객열전에 실린 진나라 예양의 말이다.
흔히들 돈이나 권력으로 사람을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의 목숨까지 걸게 만들기는 어렵다.
오히려 금은보화보다 개개인의 숨겨진 가치를 알아봐 주는 한마디 말과 눈짓이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걸만한 이유가 되기 마련이다.
웹툰 '황제와 여기사' |
'황제와 여기사'는 대륙을 통일한 초대 황제 룩소스와 그의 여기사 폴리아나의 이야기다.
제목이나 배경만 보면 뻔한 로맨스 판타지 웹툰 같지만, 이 이야기 속에는 엄청난 로맨스도, 판타지도 없다.
주인공 폴리아나는 귀족임에도 가족들에게 버려져 원치 않았던 여기사가 된다.
남자로 가득한 전장에서 무시당하며 6년을 버텼지만, 전투에서 패해 룩소스가 이끄는 군대에 생포된다.
룩소스는 폴리아나의 끈질긴 생존력과 판단력 등을 알아보고 기사로 거둔다.
이후 폴리아나는 10년에 걸친 대륙 통일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명실공히 황제의 최측근이 된다.
전장에서 생사의 고락을 함께한 황제와 여기사는 결혼한다.
두 주인공이 서로를 아끼고 결혼까지 하지만, 이 작품에서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정과 존중이다.
늘 무시당하던 폴리아나는 처음으로 자기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는 주군을 만나 새 이름을 하사받고, 새 삶을 찾는다.
사실 폴리아나에게 엄청난 재능은 없다.
최근 로맨스 판타지 웹툰에서 여주인공에게 흔하게 몰아주는 마법 재능이나 남자들을 압도하는 검술, 지략 등도 지니지 못했다.
그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충심과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끈질김, 본분을 잊지 않는 성실함 같은 것이었다.
룩소스는 폴리아나가 탁월한 노력가임을 알아본다.
이처럼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기에 폴리아나는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룩소스 역시 폴리아나를 아끼기 때문에 귀족들의 반대를 뚫고, 외국인이자 여성인 그를 중용하며, 기꺼이 법과 제도를 바꾼다.
웹툰 '황제와 여기사' |
여느 작품들과는 달리 여주인공이 예쁘지 않다는 점에 눈길이 간다.
원작 웹소설에서 폴리아나가 못생겼다는 묘사가 여러 차례 나오며, 웹툰에서도 박박 깎은 짧은 머리에 상처투성이 피부, 실전으로 다져진 근육질 몸이 강조된다.
폴리아나는 끝까지 화장이나 드레스로 애써 꾸미지 않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한다.
중세 유럽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왕비 기네비어와 기사 랜슬롯의 사랑 이야기를 변주했다는 인상도 준다.
랜슬롯이 기네비어를 생각하며 수많은 전투를 치르듯 폴리아나는 오로지 황제를 위해 적들의 목을 벤다.
또 충심과 연정이 뒤섞인 랜슬롯의 사랑처럼 폴리아나의 사랑도 충성심과 잘 분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의 끈끈한 관계를 따라가다 보면 깊은 우정과 전우애, 충심 역시도 사랑의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웹툰은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됐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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