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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가계빚 폭증, 정부도 속수무책…은행금리까지 오르며 ‘비상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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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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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4분기 금리 인상설, 정부의 대출 고삐 죄기도 먹히지 않는다. 당국이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담대 공급을 중단하는 등 대출 억제에 나섰지만,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면서 가계부채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최근 내림세였던 은행권 금리가 다시 오르면서 ‘가계부채 경고등’이 켜졌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551조1415억원으로 전달(550조2711억원)보다 8704억원 늘었다. 1조원 넘게 불어났던 지난 6월보다 증가폭은 작지만 전달(8149억원)보다는 크다. 특히 주담대 증가세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던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은 출시 초기 5830억원에서 지난달 2조8814억원으로 5배 가까이 폭증했고, 이달에도 약 3주만에 1조2707억원이 늘었다.

같은 날 신용대출 잔액도 전달보다 4484억원 늘어난 91조4382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대출이 2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추석 황금 연휴를 앞두고 지출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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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동안 하향세였던 가계대출 금리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등 고금리 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은행채 등 채권 시장 금리는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중은행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이 풀리는 것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날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일 주요 시중은행 자금시장담당 임원들을 불러 현재 만기 물량의 125%인 은행채 발행 한도를 없애기로 했다. 한도에 막힌 은행들이 CD(양도성자금증서) 발행으로 몰린 탓에 단기 자금시장 금리가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다.

다만 당국은 은행채 수익률이 과도하게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단기 현금유출에 대비해 고유동성자산을 많이 쌓도록 하는 규제다. 내년 중 LCR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100%로 되돌릴 계획이었는데 이 시점을 늦춰주겠다는 것이다. LCR 규제가 완화되면 은행채 발행 필요성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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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예금 금리부터 선제적으로 올리는 분위기다. 작년 9월~11월 고금리로 유치했던 예·적금 만기가 돌아오자 재유치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4대 은행 1년 만기 정기 예금금리는 이날 3.9~3.95%로 전월취급 평균금리(3.65~3.7%) 대비 0.22~0.26%포인트 올랐다. 은행채 금리와 예금 금리가 대출 금리를 밀어올리면서 이날 기준 주담대 변동형 상단 금리는 연 6.187%로 6%대에 올라섰고, 신용대출 금리는 연 4.48~6.72%로 한달전보다 상·하단 금리가 모두 올랐다.

가계대출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고금리를 대하는 ‘심리적 저항선’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즘 대출자들 사이에서는 ‘연 5%대 대출금리도 충분히 감당할 만 하다’는 심리가 지배적”이라며 “과거 정부의 부동산 규제 때문에 현금 부자들만 집을 사는 모습을 지켜봐야했던 실수요자들이 현재는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늦더라도 집을 장만하려는 욕구가 강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5년간 금리가 변하지 않는 혼합형(고정형) 주담대 하단 금리는 연 3.9~4.78%로 최저 3%대여서 변동형 상품 금리(연 4.27~5.18%)보다 확연히 낮다.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높게 유지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혼합형 주담대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자 일부 은행들이 혼합형 금리를 소폭 내렸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 고객 대출 수요가 많다보니 은행 입장에선 안 내줄 수 없고, 사실 은행들도 내심 대출을 늘리고 싶은 상황”이라며 “가계 대출을 줄이려면 결국 당국이 정책 수단을 동원해 대출 문턱을 높이는 방법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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