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4월 확정된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아직 공개하지 않은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지출증빙 기록이 더 존재하는 것으로 새롭게 확인됐다. 이미 업무추진비와 특활비의 지출 카드 영수증에서 결제 시간, 구매 내역, 상호까지 가림 처리해 법원 명령을 정면으로 위반한 검찰이 또다시 법원 판결을 어기고 대검 각 부서에서 쓴 특활비 자료를 고의로 은폐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이 같은 취재 결과를 끌어낸 단초는 2017년 9월 대검찰청이 전국 지방검찰청에 보낸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 방안’ 공문이었다. 지난 8월 뉴스타파는 과거 ‘이영렬 특활비 돈봉투’ 사건의 후속 대책으로 2017년 9월 5일부터 전국 지방검찰청에서 시행된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 방안’ 공문을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 해당 공문에는 △특활비 지출 내역을 비롯한 회계 기록을 5년간 보존하고 △특활비의 현금 사용을 자제하며 △지출내역기록부 등 증빙서류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뉴스타파 데이터 포털에서 ‘특수활동비 집행 제도개선 방안’ 보기)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 5개 언론사로 구성된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은 최근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 방안’이 담긴 공문을 다시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 공문의 수신처 목록에 주목했다. 수신처 명단에 전국 지방검찰청뿐만 아니라 대검찰청 내 30개 부서도 포함된 사실이 확인됐다. 실제 해당 공문을 수신한 대검찰청 부서 30곳에는 대검 대변인, 범죄정보기획관, 과학수사부장 등 대검찰청 주요 부서가 망라돼 있었다.
그렇다면 지난 4월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대검찰청이 공개해야 하는 특활비 자료에는 대검 각 부서가 생산한 특활비 증빙기록도 당연히 포함된다. 하지만 대검찰청이 지난 6월과 7월, 두 차례에 나눠 공개한 2017년 5월~2019년 12월, 특활비 증빙기록 5,180쪽 중에 대검찰청 30개 부서가 만든 특활비 기록은 단 한 장도 없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대검찰청이 공개한 특활비 증빙기록 5,180쪽 중 대검 30개 부서 기록은 없어
대검찰청이 법원 판결에 따라 공개했다는 특활비 자료 중에 대검 각 부서가 쓴 특활비 기록이 없는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 하나는 해당 자료가 ‘부존재’ 하는 경우다. 뉴스타파가 특활비 기록의 불법 폐기를 보도할 때마다, 법무부와 대검은 “2개월에 한 번씩 폐기가 원칙” 혹은 “관행적 폐기”라는 비상식적 답변으로 일관해 왔다. 전국 대다수 검찰청의 2017년 특활비 전부 또는 일부 기록이 불법 폐기됐다는 사실을 검찰 스스로 인정한 상황이어서, 대검찰청 내 부서별로 생산한 특활비 기록 역시 같은 방식으로 불법 폐기됐을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대검찰청 부서별 특활비 증빙기록이 존재하지만, 공개하지 않은 경우다. 이 경우 검찰은 또다시 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 된다. 이미 검찰은 업무추진비와 특활비 등으로 쓴 카드 영수증을 공개하며 결제 시간, 구매 내역, 상호 등을 자의적으로 가림 처리해 법원 판결을 무시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검찰은 수사에 직결되는 집행 명목이나 개인식별 정보가 아니면 모두 공개하라는 법원 명령을 집단적으로 위반하면서도 ‘판결 취지에 따랐다’고 강변하고 있다.
결국, 대검 각 부서의 특활비 기록이 무단 폐기돼 기록이 없거나, 또는 존재하는 데도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공개하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로 좁혀진다.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에 참여 중인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하승수 변호사는 지난 8월 13일 대검찰청에 추가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2017년 9월 5일 자로 시행된 대검찰청의 공문에 따라, 대검찰청 각 부서가 생산한 특활비 지출 증빙기록을 공개해 달라는 취지였다.
기록이 없다면, 대검은 해당 자료의 ‘부존재’ 결정을 내리면 된다. 그러나 정보공개를 청구한 지 약 한 달 만인 9월 11일 대검이 하 변호사에게 통보한 결정은 ‘부존재’가 아닌 ‘비공개’였다. 대검 각 부서가 생산한 특활비 기록이 존재하지만,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해당 정보를 공개할 경우, 재판 관련 정보 등이 포함돼 직무 수행이 매우 곤란해 진다는 이유를 댔다.
대검찰청은 ‘부존재’가 아닌 ‘비공개’ 답변을 내놓음으로써, 대검 각 부서의 특활비 기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 사실은 대검찰청이 다른 특활비 증빙 기록은 공개하면서 유독 고위 검사들이 부서장을 맡고 있는 대검 각 부서의 특활비 기록만은 고의로 은폐했다는 근거가 된다. 이는 업무추진비 카드 영수증의 주요 정보 가림 처리에 이은 검찰의 또 다른 중대한 법원 판결 위반 행위다.
또다시 법원 판결을 어기고 대검 각 부서에서 쓴 특활비 자료 고의 은폐 정황
이에 대해 하승수 변호사는 대검의 부서별 특활비 증빙기록의 비공개 결정과 관련해 “자료가 있는데도 공개하지 않고 고의로 은폐한 것은 검찰이 법원 판결문을 사실상 무시한 것”이라며 “검찰의 2017년 9월 내부 공문을 입수하지 못했다면, (대검 각 부서의 특활비 기록) 은폐 사실 또한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 변호사는 대검찰청이 내세운 비공개 이유에 대해서도 “이미 앞선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결론이 난 사안들”이라며 “일선 검찰청이 이미 판결에 따라 특활비 정보를 공개하는 상황에서 대검이 엉터리 이유를 대고 있는 것은 ‘공공기관이 법원 판결을 따르지 않을 리 없다’는 국민들의 최소한의 신뢰마저 깨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뉴스타파는 대검찰청에 연락해 대검 부서별로 쓴 특활비 지출 기록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와 그 근거를 밝혀달라고 질의했지만, 대검찰청은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도 내 놓지 않았다.
하승수 변호사는 뉴스타파와 공동취재단을 대리해 법원에 검찰이 숨긴 대검 각 부서의 특활비 정보의 공개를 촉구하는 ‘간접강제’ 신청을 검토 중이다. 간접강제란 행정기관이 법원 판결대로 정보 공개를 이행하지 않을 때, 지연 기간 동안 발생하는 손해를 배상하도록 법원이 강제하는 행위를 말한다. 정부 기관이 법원 판결에 따르도록 우회적으로 이행을 강제하는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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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조원일 callme11@newsta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