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통신, 18~29세 미국인 조사
응답자 4분의 3 "경제적 이유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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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달 여론조사업체인 해리스폴과 18~29세 미국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모 또는 조부모와 함께 거주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45%에 달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첫해인 2020년 최고치였던 50%보다는 하락했지만, 미국 대공황 여파가 이어진 1940년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응답자 중 '생활비 절약'을 이유로 꼽는 비율이 41%로 가장 많았다(복수 응답 가능). 뒤를 이어 '부모 봉양'이 30%, '혼자서 생활할 재정적 여력 없음'이 30%로 집계됐다. 부동산 구매 계약금 저축과 빚 상환 때문이라는 응답도 각각 24%, 19%를 기록했다.
고용시장은 여전히 호황이지만 주택 임대료가 뛰고, 물가가 치솟으면서 생활비 부담이 급증하자 청년층이 독립보다는 부모 집에 얹혀사는 쪽을 택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조사 대상자의 4분의 3에 달하는 젊은이들이 망가진 경제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갇혀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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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M세대(1980년대 초~1990년대 중반 출생)도 20대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부모 집에 일시적으로 거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M세대는 30~40대가 돼 자가 주택을 소유하고 부모에게서 독립했지만, 다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 출생)가 과거 독립이 늦어졌던 M세대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주목되는 대목은 부모와 동거하는 젊은 층이 단순히 저임금 근로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자리가 눈높이에 맞지 않아 구직을 포기한 청년, 급여가 상대적으로 적은 기업 근로자뿐 아니라 고임금을 받는 IT 기업 종사자들도 두루 포함된다.
미국 앨링턴 텍사스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텍사스에서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나오미 알바라도는 "내 또래 사람들은 대학에 진학하고 미국 기업에 취업해 집을 살 수 있다는 꿈을 키워 왔다"며 "하지만 그 꿈은 달성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를 졸업하고 IT 기업에 취직해 높은 급여를 받는 릴리안 장 역시 돈을 모으기 위해 부모와 함께 거주하고 있다. 장은 "과거엔 취업해 자립하고 집을 살 돈을 저축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라며 "이런 경제 상황에선 그렇게 하기가 정말 어렵다"고 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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