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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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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금 미청구 年2760억인데… ‘간소화법’ 연내 통과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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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서류 보험사 제출 절차 복잡

전산 청구 등 법개정 14년째 표류

국회 파행-의료계 반발로 또 무산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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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병원에서 곧바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다시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안이 계류 중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최근 여야 극한대치로 파행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14년 만에 어렵사리 법 개정 논의에 물꼬가 트였지만 올해도 국회 일정과 의료계 반발에 막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내년 총선 이후 동력을 잃고 법안이 폐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9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법사위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보험업법 개정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으면서 불발됐다. 현재 법사위 여야 간사는 21일 ‘원포인트’ 전체회의 개최를 목표로 안건을 협의하고 있지만 보험업법 개정안이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법안 논의가 미뤄질 경우 연내 처리가 불투명하다. 다음 달 10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국회 국정감사가 끝나면 곧바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의가 이뤄진다. 11월 이후 전체회의가 열린다 하더라도 업권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쟁점 법안인 데다 현재 법사위에 100건이 넘는 법안이 계류되어 있어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총선이 있는 내년으로 넘어간다면 최악의 경우 법안이 임기만료 폐기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실손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가입자가 진료 후에 병원이나 약국에서 직접 서류를 발급받아 팩스,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보험 가입자는 각종 서류를 발급받을 필요 없이 병원에서 전산상으로 청구 절차를 끌낼 수 있게 된다.

법 개정은 번거로운 절차 탓에 소비자들이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다는 지적이 계속된 데 따른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의 분석 결과 절차상 불편 등으로 소비자들이 청구하지 않는 실손보험금은 연평균 2760억 원에 달한다. 2022년에는 2512억 원이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 수(3997만 명)를 고려하면 1인당 6000원이 넘는 보험금을 받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 권고 이후 14년째 제도 개선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진료기록 또는 조제기록부를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제공할 수 없다는 의료법·약사법과 충돌할 수 있다고 본다. 1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법률 간 충돌 및 정보 유출을 우려해 법안 처리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환자 단체는 개인정보가 보험 가입 및 보험금 지급 거절에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보험업계와 금융 당국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유사 입법 사례가 있는 만큼 법적 정합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의료정보 유출 역시 개정안에 목적 외 정보의 사용·보관, 비밀 누설 금지 조항이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청구 전산화로 보험사가 받는 서류는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한 최소한의 서류로 제한된다”며 “오히려 종이로 처리될 때보다 불필요한 정보의 노출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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