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총씨의 생전 모습. 유족들은 다시는 이런 범죄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은총씨의 이름을 공개했다(왼쪽). 설아무개씨에게 폭행당한 은총씨의 팔뚝이 시퍼렇게 멍들었다(오른쪽). 사진 유족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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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남짓 만났던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가 끝내 살해한 설아무개(30)씨의 첫 재판이 19일 열렸다. 오후 2시30분에 맞춰 황토색 수의를 입은 설씨가 법정에 들어서자 피해자 이은총(38)씨의 사촌언니 ㄱ씨는 숨죽여 흐느꼈다. 공소사실을 설명하던 검사도 중간중간 목이 메었고, 끝내 울먹였다.
이날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류호중)는 살인, 특수상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설씨의 재판을 진행했다. 재판에 앞서 피해자 쪽 법률대리인 민고은 변호사는 4만3천여장에 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지난 8일부터 약 10일간 시민들에게 받은 ‘엄벌 촉구’ 탄원서다.
검찰은 모두진술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스토킹하다가 끝내 잔인하게 살해한 범행이다.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며 엄중한 처벌을 위해 수사 검사와 공판 검사가 함께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설씨의 공소사실을 보면, 은총씨와 설씨는 지난해 6월부터 1년여간 만나다 헤어졌다. 그럼에도 설씨는 은총씨의 주거지를 찾아가 기다리는 등 총 7회에 걸쳐 접근했다. 심지어 6월10일 법원에서 접근금지 및 통신금지 조치를 받았는데도 이를 어겼다.
결국 설씨는 7월17일 미리 구매한 어른 팔뚝만 한 길이의 흉기를 들고 찾아가 은총씨를 살해했다. 이를 막으려다 은총씨의 어머니는 상해를 입었고, 6살 딸은 정신적 충격을 받은 상태다. 검찰은 “수법이 계획적이고 잔혹하다.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이 상당하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설씨는 재판 내내 사촌언니 ㄱ씨나 검찰 쪽으로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피고인석에 앉아있었다. 설씨의 법률대리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밖에 덧붙이는 말은 없었다. 재판을 마치고 설씨가 퇴장하자 ㄱ씨는 “내 동생 살려내. 너 왜 그렇게 멀쩡하게 앉아있는 거야”라며 오열했다.
법정 밖에서도 유족들은 “사과도 안 했다. 아무 말도 안 했다”, “말하는 동안에 고개도 안 숙였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한참 뒤 취재진 앞에 선 ㄱ씨는 “너무 반성하지 않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오늘 보니 정말 엄벌에 처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유족들은) 그냥 버티고 있을 뿐”이라고 힘겹게 말했다.
민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유족들이 가장 희망하는 건 고인이 된 피해자와 (살아남은) 어린 딸을 위한 피고인 엄벌이다. 법원에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재범의 가능성을 고려해 전날 설씨에 대해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청구했다. 또 피해자 가족을 양형과 관련한 증인으로 신청했다. 6살 딸의 심리 감정 결과도 받아 제출할 예정이다. 검찰은 “엄벌을 탄원하는 피해자 가족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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