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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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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에 혐오표현까지, 네이버웹툰 잇단 논란…관리 소홀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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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 상장 앞두고 악재 첩첩…"플랫폼, 창작자와 근본 해결책 찾아야"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네이버웹툰이 연재작의 잇단 표절 의혹과 작품 속 인종차별적인 표현 등으로 인해 논란의 한가운데 섰다.

글로벌 플랫폼을 지향하고 내년도 상장까지 목표로 내세우면서 빠르게 외형은 키웠지만, 정작 작품의 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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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 로고
[네이버웹툰 제공]


◇ 표절의혹 2편 연재 중단에 '참교육'은 장기 휴재…보름 새 3작품 논란

18일 웹툰 업계에 따르면 이달 7일 네이버웹툰 연재작 '여자를 사귀고 싶다'가 일본 만화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산 끝에 연재를 중단했다.

제작사인 와이랩 측은 "노갓량 스토리작가와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콘티 단계에서 타 작품의 연출을 참고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만인 15일에는 웹툰 '고백 취소도 되나?'와 일본 만화 '네 곁의 나' 간 유사성 논란이 불거졌다.

네이버웹툰의 로맨스 장르에서 상위권에 속하던 작품이고, 완결 후 외전이 연재되던 중이라서 충격이 더 컸다.

해당 웹툰은 16일 자정에 서비스가 중단돼 플랫폼에서 내려갔다.

그 사이 해외에서는 더 큰 논란이 빚어졌다.

네이버웹툰 월요일 인기 1위 작품이자 와이랩의 매출 1위작인 '참교육'의 최신화인 125화에 흑인을 비하하는 단어와 함께 인종차별적인 내용이 다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해당 125화는 국내에서만 공개됐고, 현지화 과정을 거쳐 약 9주일 뒤에 미국에서 공개될 예정이었다. 불법 번역돼 유통되는 과정에서 흑인 비하 욕설이 그대로 노출됐다.

해외 독자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네이버웹툰은 북미 플랫폼에서 '참교육' 서비스를 중단하고 국내에서는 125화를 삭제한 뒤 장기 휴재에 들어갔다.

네이버웹툰에서 표절, 혐오 표현 논란 등이 제기된 것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이처럼 불과 보름 사이에 연달아 3편의 작품이 논란을 빚은 뒤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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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참교육'
[연합뉴스 자료사진]


◇ 네이버웹툰 관리 소홀에 질타…"사전 검수로 100% 잡아낼 수 없어"

작품 표절과 혐오 표현 사용은 일차적으로는 작가나 제작사의 잘못이지만, 플랫폼인 네이버웹툰이 거름망 역할을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네이버웹툰이 포스타입과 같은 오픈 플랫폼도 아니고, 까다롭게 작품을 발굴하는 IT 기업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나오는 비판은 네이버웹툰이 논란에 앞서 문제가 되는 작품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 일련의 표절과 혐오 표현 논란을 살펴보면 모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문제가 제기된 뒤에야 조처가 취해졌다.

서비스 중단 과정에서 네이버웹툰 측의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참교육'의 경우 125화 삭제와 장기 휴재의 이유로 "스토리 정비 차원"이라는 간단한 설명만 붙였을 뿐이었다.

네이버웹툰은 현재도 작품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 검토·계약 시점에 창작자에게 표절, 트레이싱 등 유사성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있으며, 독자가 참여하는 '퍼스트 리더 그룹'(FRG)를 통해 작품 공개 전에 확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백편의 작품이 동시에 연재되고 있는 데다가 트레이싱이 아닌 연출 등의 유사성은 사람의 눈은 물론 기술로도 잡아내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웹툰은 "유사성 논란은 종류에 따라 모니터링과 사전 검수만으로 100% 찾아내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면서도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모니터링 강화, 관련 기술 개발, 작가 대상 교육 강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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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 전문가 "서비스 중단 아닌 근본 해결책 찾아야"…글로벌 기준 고려도 필요

작가 교육이나 기술 개발을 넘어 플랫폼이 창작자와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도 나왔다.

이재민 한국만화문화연구소장은 "플랫폼 차원에서 단순히 문제가 된 작품은 공지 띄우고 서비스 중단하는 차원을 넘어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결국 주간 마감에 쫓기는 현재 상황에 구조적인 문제가 없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웹툰이 더 이상 내수용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 거의 곧바로 유통되는 만큼 제작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감수성에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네이버웹툰은 현재 북미와 일본,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언어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북미를 대상으로 한 영어권 서비스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참교육'처럼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둔감한 인종 관련 희화화와 비하 표현이 문제가 된 것은 비단 웹툰만의 일이 아니다.

앞서 7월 드라마 '킹더랜드'에서 아랍권 왕자를 희화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끝에 장면을 수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K-웹툰과 K-드라마 등 K-콘텐츠 전반에서 반복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재민 소장은 "네이버웹툰이 글로벌 플랫폼을 표방한 만큼 한국의 스탠더드가 그대로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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