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단식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머물고 있는 국회 당 대표실 앞에 의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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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단식 18일째에 접어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의료진이 ‘즉시 단식 중단’을 권고했지만, 이 대표는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일요일인 이날 예정에 없던 최고위원회의를 두차례 열어 이 대표를 설득할 방법을 논의했다. 민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등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들며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민주당 요구를 수용하거나 대화로 문제를 풀 의사가 없어 당분간 ‘극한 대치’ 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후 3시15분께 의료진이 이 대표를 진단했다. 즉시 단식을 중단하고 입원해야 한다는 진단이 있었고 그에 따라서 119를 불렀다”며 “긴급 입원을 해야 한다는 (의료진) 의견을 이 대표에게 전달했는데, 이 대표는 단식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계속 밝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단식 중인 국회 민주당 대표실엔 119 구급대원들이 간이침대를 들고 들어갔다가 되돌아나왔다. 앞서 이날 오전 문희상·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과 김태랑 상임고문 등 당 원로들도 이 대표를 찾아가 단식 중단을 설득했으나 이 대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혈압과 혈당이 크게 떨어지고 대화도 쉽지 않은 등 건강 상태가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언제든지 이 대표에게 쇼크가 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 쪽은 “이 대표가 정권과 싸우고 있다는 신념이 매우 강해서, 민주당이 어떻게 싸울지 결정돼야 단식을 그만둘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 최고위는 이날 오전과 오후 한차례씩 회의를 연 뒤 대통령실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일부 언론에 보도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의 “누가 (단식 중단을 못하게) 막았느냐. 아니면 누가 (단식을) 하라고 했느냐”는 발언이 “인면수심”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은 토요일인 16일 의원총회를 거쳐 △윤석열 정권의 전면적 국정 쇄신과 내각 총사퇴, 한덕수 총리 해임건의안 즉시 제출 △‘해병대 채 상병 수사 무마 의혹’ 특검법 관철 절차 즉각 도입 △시민사회를 포함한 모든 세력과 국민항쟁 등의 내용이 담긴 결의문을 채택했다. 대여 투쟁 수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애초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의총에 앞서 정부에 ‘3+3 해임·지명철회’(원희룡·박민식·이동관 해임+신원식·유인촌·김행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수준의 결의문 초안을 마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국무총리와 내각의 총사퇴를 요구하는 ‘단계적’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하지만 의총에서 ‘의원직 총사퇴, 인사청문회 보이콧, 국무위원 전원 해임건의안’ 등 의원들의 격앙된 요구가 쏟아지면서 최종 결의문의 강도가 세졌다. 당 안에선 이재명 대표에게 ‘단식을 중단하더라도 당신이 해오던 싸움을 이어가겠다’는 의원들의 뜻을 모아 이 대표가 단식을 끝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동시에, 격앙된 지지자들을 달랠 선택지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의원은 “‘당대표는 목숨을 걸고 싸우는데 의원들은 무얼 하냐’는 지지자들의 분노가 임계점을 향하고 있는데, 이를 식히기 위해서라도 당이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맞대응 수위를 올렸다. 이재명 대표의 단식엔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국정 쇄신’ 요구를 뭉갰던 대통령실은, 한 총리 해임건의안 등에 이날 “막장 투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민주당을 비난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뜬금포 단식’을 한 것은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용이고, 또 하나는 내부결속용 아닌가. 그 이유 말고는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저런 정당을 향해 우리가 무슨 제스처를 취하냐”며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기 위해 온갖 이유를 긁어모으고 있는데, 이대로 가더라도 우리가 손해를 볼 건 없다”고 말했다.
양쪽이 강 대 강으로 치달으면서, 정국은 더욱 꼬일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 63조에 따르면 국무총리 해임건의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발의로 가능하고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돼, 민주당 단독(168명)으로도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 그뿐이다.
민주당은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광온 원내대표가 할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도 한 총리 해임과 내각 총사퇴 등의 요구를 할 방침이다. 이 경우 20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도 민주당 공격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19~20일로 예정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신원식 국방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도 갈등의 뇌관이다. 민주당은 이들을 ‘부적격 인사’로 보고 지명 철회 등을 요구하지만,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 탓이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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