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만화대상 대상 수상…"중독,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어"
올해 부천만화대상 수상한 이하진 작가 |
올해 부천만화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도박중독자의 가족'은 주식투자에 중독된 가족을 둔 이하진 작가가 그린 자전적인 웹툰이다. 총 20화의 짧은 분량에도 주변에 있을법한 생생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이 작가는 15일 경기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며 '도박중독자의 가족'을 그리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애초에 이 웹툰은 정식 연재를 염두에 두지 않고 개인 블로그에 올리던 짧은 일기 같은 만화였다.
그는 "블로그에서 에세이 형식으로 만든 작품을 다듬은 것"이라며 "정식 연재하면서 감정적인 부분은 많이 빼고, 도박중독자 가족들이 겪는 일반적인 과정들을 주로 다뤘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도박중독과 공동의존증에 대한 교과서 같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블로그를 벗어나 카카오웹툰에서 연재되는 과정도 재미난다.
이 작가는 2012∼2014년 연재 후 휴재 중이던 '카산드라'를 마무리 짓기 위해 8년 만에 복귀하기로 했는데, 그사이 바뀐 새로운 웹툰 환경에 적응하려 내놓은 단편이 '도박중독자의 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PD님이 8년 사이 웹툰이 많이 바뀌었다며 시스템에 적응하도록 단편을 하나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며 "사실상 최소 연재 단위인 20화로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웹툰 '도박중독자의 가족' |
'카산드라' 복귀로 가는 징검다리 같던 이 작품은 예상외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단행본이 출간됐고, 지난해 국내 3대 만화 상인 '오늘의 우리만화' 후보에도 들었다.
이 작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과 코인(가상화폐) 열풍이 불었다"며 "운이 좋게 시의성이 있어 많은 독자가 공감하고 봐주셨던 것 같다"고 봤다.
만화 제목은 '도박중독자의 가족'이지만,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화투나 경마 대신에 주식 중독을 다루고 있다.
작중 시동생이 처음에는 보통주에만 투자했지만, 점점 대박을 노리고 선물옵션에 이어 마지막에는 가상화폐에까지 손을 대면서 온 가족의 돈을 빼돌리고 빚을 지는 모습이 차례로 묘사된다.
이 작가는 "쇼핑이나 핸드폰, 게임, 일, 음식조차도 중독이 될 수 있다고 들었다"며 "인간이 하는 어떤 행위든 그것에 의존하면 중독이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생각보다 중독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고 경고했다.
작가는 며느리이자 형수라는 위치에서 끊임없이 시동생의 중독 가능성을 경고하지만, 이를 가족들에게 납득시키기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어쩌면 외부자라서 먼저 문제를 발견했던 것 같다"며 "워낙 끈끈한 형제들이었기에 문제를 지적하니 (시댁 식구들이) 다들 그럴 리 없다고만 하더라"고 돌이켰다.
올해 부천만화대상 수상자 이하진 작가 |
이때의 답답한 감정은 작가의 대표작 '카산드라'에도 담겼다.
카산드라는 그리스·로마 신화 속 트로이의 공주로, 미래를 내다볼 수 있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 저주에 걸린 인물이다.
이 작가는 "예전에 상업 만화 작가를 할 때 기획안을 냈다가 반려된 것 중에서 제 상황하고 잘 맞아떨어지고 감정이입이 되는 캐릭터가 '카산드라'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상업작가로도 성공하지 못하고 가정도 힘든 상황에서 앞이 안 보일 때 정말 자유롭게 그린 것이 '카산드라'"라며 "모든 것이 망가지고 파탄 나는데도 '카산드라'를 그리면서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내년까지는 '카산드라' 마무리에 집중할 예정이다.
차기작으로는 중독에서 헤어 나오는 사람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중독 회복의 12단계가 있다"며 "실제로 도박중독에서 벗어난 분을 중심으로 회복하는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블로그 등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올릴 계획이다.
향후에는 SF 장르와 부동산 관련 이야기도 그려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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