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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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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키운 중국의 속셈과 아이폰의 위험한 전철 [視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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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희 기자]

# 중국 정부가 '아이폰 사용 금지령'으로 애플을 제재하고 나서면서 G2(미국·중국)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중국은 '사업하기 어려운 국가'란 인식이 고착화하고 있다.

# 한가지 흥미로운 건 해외 기업을 향해 세운 중국의 만리장성을 넘은 기업이 있다는 사실이다. 전기차 메이커 테슬라가 주인공이다. 테슬라와 파트너십을 통해 중국 정부는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 視리즈 '돌연변이 테슬라' 5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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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상하이에 기가팩토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상당한 혜택을 제공했다.[사진=테슬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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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해제, 법인세 감면, 초고속 건설 허가…. 중국 정부가 미국의 전기차 메이커 테슬라를 위해 제공한 파격적인 혜택이다. 덕분에 2014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후 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했던 테슬라는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테슬라는 2018년 본격화한 중국 정부의 지원책을 발판 삼아 현지 전기차 공급망을 탄탄하게 구축했다. 그 결과, 테슬라의 중국 매출은 2019년 29억8000만 달러(약 3조9530억원)에서 2022년 181억5000만 달러(약 24조760억원)로 509% 뛰었다.

언뜻 중국 정부가 테슬라에만 좋은 일을 한 것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테슬라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동안 중국의 자동차 시장 규모도 몰라 보게 커졌다. 2018년 126만대였던 중국의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2022년 5.5배 증가한 689만대를 기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테슬라의 중국 생산기지인 상하이 기가팩토리의 부품 국산화율은 2022년 95%까지 올라왔다. 그만큼 현지 부품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졌단 방증이다.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명함을 내놓지 못했던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테슬라의 등장과 함께 체질을 바꾸면서 전기차 시장의 선두기업으로 올라섰다. 중국의 대표적인 전기차 업체 BYD는 지난해 2분기에만 35만대가 넘는 전기차를 판매하며 테슬라의 '세계 1위' 자리를 빼앗았다.

더 놀라운 건 중국 정부가 테슬라를 위해 펼친 붉은 카펫이 자동차 산업을 넘어 지역경제가 성장하는 '나침반'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중국 언론 신화일보는 '테슬라 타운 진입(走进 "特斯拉小镇")'이란 제목의 흥미로운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상하이 남동쪽의 외딴 마을이었던 니청泥城에 테슬라 기가팩토리가 생긴 후 일어난 드라마틱한 변화를 다뤘다.

보고서의 내용을 살펴보자. 니청은 한때 '레드머드 시티(Red Mud City)'란 이름으로 불렸다. 200년 전 갯벌 매립을 위해 도시형 간척지를 건설하면서 붙은 별칭이었다. 이곳의 경제는 오랫동안 발전하지 못했고, 교통은 불편했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향을 떠났고, 마을은 침체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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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기가팩토리가 들어서면서 니청은 완전히 달라졌다. 기가팩토리를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 클러스터가 만들어졌고, 니청에는 옌펑ㆍ신웨이ㆍ중웨이 등의 주요 부품사가 집결했다.

기업과 근로자의 유입은 도시 기반 시설의 발전을 유인했다. 도로와 대중교통이 개선되고 학교와 병원,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도서관과 공원이 들어섰다. 이제 니청에선 흙길을 달리는 자전거보다 고속도로에 즐비한 최신형 전기차가 더 익숙한 풍경이 됐다.

결코 관념적 변화가 아니다. '신에너지차'라는 고급제조업이 니청의 산업 환경을 변화시키면서 도시가 실질적으로 풍족해졌다. 올 상반기 니청의 세수는 21억6300만 위안(약 39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6% 증가했다. 고정자산 투자액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94.42% 증가한 127억 위안(약 2조301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산업생산액은 24.44% 늘어난 272억 위안(4조1153억원)이었는데, 급증한 생산은 지역의 고용을 늘리고 주민의 소득을 높이는 연쇄효과를 불러왔다. 놀랍게도 이는 니청의 농업에도 커다란 파급력을 미쳤다.

머드 시티의 변신

니청의 렌즈콩 생산전문협동조합을 이끄는 주민 왕홍강은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산업 시스템이 점점 더 완벽해지면서 마을 주민들의 소비 능력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농산물 및 부업 제품의 수요도 늘어나면서 농업의 현대화를 더욱 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발맞춰 니청 관청에서는 농업 산업화 컨소시엄, 지역공동 협력 사업 등의 지원책을 아끼지 않고 있다.

레드머드 시티에서 테슬라 타운으로 변신한 니청은 '산업과 도시 통합의 새로운 기준점'이란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고 더 큰 성장을 꾀하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언론 소후는 니청을 덮친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하나의 산업이 흥하자, 모든 사업이 흥하다(一業興, 百業旺)."

산업 경쟁력 제고, 자국 브랜드 육성, 지역경제 혁신… 중국 정부가 테슬라를 위해 레드카펫을 펼친 후 얻어낸 성과다. 어떤가. 이 정도면 성공적인 '윈윈'이라 해도 손색없지 않은가. 미국 시사매거진 디 애틀랜틱(The Atlantic)의 논평은 중국 정부와 테슬라의 파트너십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중국 정부가 테슬라를 환영한 건 따뜻한 미중 협력 정신 때문이 아니다. 머스크가 중국을 필요로 하는 만큼 중국도 머스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머스크의 기업을 지원해온 거다(2022년 11월 4일자 기사·실제 중국에서 테슬라의 운전석에 앉아 있는 건 누구인가)."

그러면서도 디 애틀랜틱은 상황에 따라선 중국이 테슬라에서 얼마든지 등을 돌릴 수 있다고 봤다.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관계 악화로부터 자국 경제를 보호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중국 규제 당국은 머스크가 국내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필요한 라이센스나 승인을 지연하거나 거부함으로써, 현지 경쟁업체를 위해 테슬라를 쉽게 차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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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와 중국 정부의 공조에 균열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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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한번 따져보자. 지금까지 중국 정부와 테슬라는 우호적인 관계 속에서 상호 이익을 취해왔다. 하지만 그 밑단에는 다른 가능성도 존재한다. 중국은 자국 기업의 경쟁력이 수위로 올라왔다고 판단하고 테슬라를 위해 낮췄던 허들을 다시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테슬라 역시 고립무원이 될지도 모를 중국 시장의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중국 정부가 공공기관과 국영기업의 주차장에 테슬라 차가 진입하는 걸 막고 있다는 소식도 새어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와 테슬라, 두 이해당사자는 지금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있을까, 서로를 더 꼭 붙잡아두려 할까. <다음 편에서 계속>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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