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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각종 고소·고발에 경찰 출동까지…5·18단체 내부 갈등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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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자회, 황일봉 회장 해임안 관련 회의 열어

황 회장, 위원 직위해제 강수…원천 무효 주장

가처분 신청·횡령·업무방해·명예훼손 등 난무

1980년 5월 광주를 대표하는 5·18단체 일부가 국가보조금 횡령과 비선실세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내부적으로 시끄럽다. 회원들 간 고소·고발이 난무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오월 3단체 중 하나인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내부에서 황일봉 부상자회장 해임의 움직임이 감지되자 황 회장은 직권으로 상벌위원들을 직위 해제하는 강수를 두는 등 사실상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14일 오후 5·18부상자회 사무실에서 황일봉 회장의 상벌위원회가 열렸다. 상벌위는 회장실에서 비공개회의를 진행하고자 황 회장을 제외한 다른 인사는 회의장에서 나가달라고 요청했지만 황 회장은 회의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고성이 오갔다.

아시아경제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 상벌위원회가 열려 황 회장의 소환이 예정됐던 14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부상자회 사무실이 욕설과 고성이 난무해 경찰이 출동해 중재에 나섰다.[사진=민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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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으로 구성된 상벌위원회의 위원들이 직위해제 된 상태고 설령 직위해제가 무효더라도 이날 참석한 상벌위원 총 3명 중 1명은 상벌위원으로 임명한 적 없어 과반이 안되므로 정관상 진행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격해지자 경찰까지 출동해 중재에 나섰다. 황 회장 측은 '영업방해'를 주장하며 상벌위원들의 퇴거를 요구, 반대로 상벌위원 측은 회의가 진행돼야 하니 황 회장을 제외한 측근들의 '퇴거 명령'을 경찰에 요구했다.

경찰은 상벌위원 직위 해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양측을 분리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상벌위원 측은 황 회장에게 분명히 해임건에 대한 소명 의사를 물었지만, 황 회장이 답하지 않자 더 소명의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 뒤 해산했다.

이들은 앞서 한차례 소동이 더 있었다. 부상자회는 지난 6일 황 회장의 해임안에 대한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다. 해임 이유는 지난 2월 지역에 큰 파장이 있었음에도 ㈔특전사동지회와 공동선언식을 강행한 점, 최근 정율성 역사공원 설립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는 점, 외부업체에 위탁 맡긴 부상자회 홈페이지에 직원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등 '직권남용'과 다수의 행정 서류를 결재하지 않았다는 '직무유기'를 들었다.

이어 다음 날인 7일 황 회장에 대한 해임 안건에 대한 상벌 심사위원회가 열렸고, 황 회장은 상벌위에 찾아가 사무총장, 조직국장, 상벌위원장, 상벌위원 등에게 직위해제 통지서를 통보했다.

직위해제 통지서가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황 회장의 자필로 작성돼 상벌위원들은 법원에 직위해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상태다.

상황이 격해지자 황일봉 부상자회장과 정성국 공로자회장 측은 5·18단체 회원 A(62)씨에 의해 단체가 좌지우지 운영되고 있다며 '비선실세'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상벌위 측은 지난 7일 비공개로 열렸던 상벌위원회에 황 회장이 무단으로 침입해 '업무방해' 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황 회장 측과 공로자회 측에서도 A씨를 비롯해 부상자회 임원들을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A씨는 공로자회 감사위원 2명이 감사 보고서에 A씨가 채용에 관여했다고 적은 내용을 두고 '명예훼손'이라며 8월 고소장을 접수하며 맞섰다.

이러한 갈등은 지난 7월 5·18민주화운동 공로자회 내부 감사에서부터 시작됐다.

공로자회 상임감사 2명은 내부 감사를 진행, 공로자회가 지난해 1월 출범한 이후 근태관리기록부를 작성하지 않았고 무단결근에도 모두 근무한 것으로 처리하는 등 허위 문서를 작성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

또 올해 초 채용 이후 한 번도 출근하지 않은 운전원 두 명에게 각각 528만원씩 총 1056만원의 급여를 국가보조금으로 지급했고, 지난 2월 미사용 시 반납해야 하는 보훈부로부터 받은 국가지원금 3000여만원으로 중고차를 구입하고 한 달 만에 되팔아 540만원의 손해를 본 점 등이 드러났다.

감사 보고서에는 A씨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A씨가 공로자회 사무실로 찾아와 "감사보고서에 내 이름 올라가는 것 하나 막지 못했냐. 다른 회장 임명할 것"이라고 협박했다는 게 정성국 공로자회장의 주장이다.

또 부상자회 또한 공로자회의 소식을 접하고 자체적으로 서류들을 검토해본 결과 부상자회원인 A씨가 부상자회에도 개입해 온갖 비리들을 저질러 왔고, 비리로 보이는 서류들을 결재하지 않고 반려하자 A씨가 본인을 갈아치우려고 한다는 것이 황 회장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A씨는 "황 회장은 5·18 활동을 한 지 3년이 채 안 됐고, 나는 30년을 넘게 활동했다. 5·18단체 관계자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은 사실이나 사업이나 단체 내 일에 관여한 바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기자 hyunk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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