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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야한 사진·신체 접촉…거부하자 연차 반려” 스토킹은 ‘산업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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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년

“여성에 안전하지 않은 일터, 변한 게 없다”


한겨레

‘스토킹 살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 지난해 9월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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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는 수시로 신체 접촉을 시도하고 그에 응하지 않을 시 본인의 권력을 사용해 연차 사용을 반려했으며, 공용 피시(PC)로 야한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고충 처리 부서가 없어서 신고를 병원 원장에게 해야 했지만,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직장갑질119, 서울교통공사노조, 이수진 민주당 의원실 등이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인 14일 국회에서 연 ‘여성을 살리는 일터’ 토론회에서 공개된 한 노동자의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 증언 내용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근 3년여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젠더 폭력 595건 분석 내용을 공개하고, 서울교통공사의 후속 대책을 짚었다. 여전히 노동 현장에선 일터 내 젠더 폭력과 스토킹 사건이 만연하지만, 이를 방지할 조처는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 직장갑질119가 2020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신원을 확인해 받은 이메일 젠더 폭력 제보는 595건에 이르렀다. 이를 분석해보니 노동자들은 ‘언어적 성희롱’ 26.4%, ‘육체적 성희롱’ 23.9%, ‘외모 평가’ 16.6%, ‘성차별 표현’ 14.6% 등(이상 중복 응답 가능) 여러 형태의 젠더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성차별적 괴롭힘과 직장 내 성희롱뿐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까지 3중고가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피해자들이 사건을 신고한 경우는 전체의 31.9%(190건)에 불과했다.

앞서 직장갑질119가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10일까지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 직장인 3명 중 1명꼴(35.2%)로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우리 사회가 스토킹 범죄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84.9%였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이후 서울교통공사의 후속 조처에 대한 개선 요구도 나왔다. 서울교통공사는 사고 이후 역 직원 안전보호장비 지급, 2인 1조 순찰 기준 정립 등 조처를 시행 중이다. 김은호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서울교통공사의 대책이 “젠더 관점에 입각해 마련한 조치로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며 “단순히 직원의 치안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로 보고 사내 실태조사를 활용한 스토킹 예방 교육 실시와 직군별 대응책 마련, 스토킹 특화 사내 규정 마련 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섭 서울교통공사노조 미디어소통국장은 “직장 내 성폭력 사망 사건은 작업장에서 벌어진 산업재해이고 중대한 사건이다. 또 (신당역 살인사건이) 직장 내 괴롭힘과 젠더 폭력 사건이라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후에도 노동 현장을 규율하는 법과 제도는 놀랍게도 바뀐 것이 없다”고 짚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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