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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주소까지 바꾸고 꼭꼭 숨었는데…스토킹범 "여기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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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임종철 디자이너


피해자가 스토킹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주소까지 바꿨지만, 법망의 허점을 이용해 바뀐 주소를 알아낸 후 보복협박한 40대 남성이 지난 1일 재판에 넘겨졌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검 부천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허준)는 지난 1일 A씨(46)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협박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A씨는 동갑 B씨와 교제하다 2021년 7월 헤어졌다. 하지만 B씨에 대해 지속적으로 스토킹을 벌이다 구속됐고, 1년4개월 형을 살고 지난 3월 출소했다. A씨는 지난 6월 7~8일경 인스타그램 계정 2개를 사용해 B씨에게 팔로우 요청 메시지를 전송하는 등 스토킹처벌법위반 혐의로 입건됐고, 이를 수사한 김포경찰서는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보완수사 결과 A씨는 2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허위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자 B씨 주소를 알아내 보복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B씨가 주소를 바꿀 것에 대비해 피해자 계좌에 십수회 임의로 돈을 송금했다. A씨는 B씨에게 수백만원 가량의 채무가 있었기 때문에, B씨는 해당 금액이 채무변제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년이 흘러 출소한 A씨는 송금한 내역을 빌미로 B씨를 상대로 대여금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B씨는 A씨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A씨가 구속된 후 주소를 변경한 상태였다. A씨는 주소를 모르는 상태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김포시법원은 소장 송달을 위해 주소보정명령을 내렸다. 이렇게 A씨는 손쉽게 행정복지센터에서 B씨의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아 B씨의 주소를 알아냈고, 지난달 3일 소장이 B씨에게 송달됐다.

이에 B씨가 A씨에게 문자를 보내자 A씨는 "오래 살아라. 난 죽어도 널 못 잊는다. 내가 소송한 목적이 뭔지 잘 한번 생각해봐라. 답이 나올 것이니깐? 넌 지금 돈이 문제지? 난 그딴 것 관심도 없다"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다. A씨는 2년 전 구속되기 전에도 B씨에게 '너 이사해도 내가 피청구권이 있으면 (주소) 열람이 가능해'라는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의 바뀐 주소가 노출됐음을 알게 돼 공포심을 느낀 B씨는 2년 전 메시지 내용까지 떠올라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이에 검찰은 B씨와 긴밀히 연락해 안전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경찰에 B씨 주거지에 대한 순찰 강화를 요청하는 등 안전을 확보했다. 아울러 보복협박 혐의를 인지한 직후 A씨를 직구속해 B씨로부터 격리시켰다. 검찰은 향후 이전비와 심리치료를 지원해 B씨의 일상복귀를 도울 예정이다.

이번 사건을 맡은 부천지청 고현욱 검사는 "최근 스토킹 범행방법이 치밀해지면서 수사기관이 선제적으로 대응을 해야 이 같은 범죄들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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