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사건 1년…처벌법은 여전히 ‘미완’
온라인 스토킹 유형 진화하지만 처벌 한계
반의사불벌죄 폐지 성과 이뤘지만 보완 필요
서울 지하철 6호선 신당역 인근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 추모공간에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적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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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혜원·박지영 기자] “가해자에게는 스토킹처벌법(스토킹법)이 ‘스토킹 로드맵’인 꼴입니다.”(이은의 이은의법률사무소 변호사)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이후 1년여 시간이 흐르는 동안 스토킹법 개정 등 대책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가 많다. 나날이 진화하는 온라인 스토킹 수법이 현행 법망을 쉬이 빠져나가는 데다, 반의사불벌죄 폐지 역시 현재로선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헤럴드경제와 만난 법조계 등 스토킹 범죄 전문가들은 신당역 살인사건 이후 마련된 스토킹 개정안 역시 미흡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 맹점으로는 지난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스토킹법 개정안에서 빠진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위’ 문구가 꼽힌다. 스토킹 범죄를 열거하는 방식인 현행 스토킹법은 법망을 피해 진화하는 신종 스토킹 유형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이미 이같은 추세가 현실화됐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은 스토킹법에 규정된 행위를 2회 이상 반복해야만 처벌이 되는데, 서로 다른 행위를 각각 1회씩 반복한다면 또 법망을 피해간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 사진을 상대방 사진으로 설정하는 등, 온·오프라인 스토킹을 병행하기도 하지만 이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개월에 걸쳐 피해자를 스토킹해 징역 1년을 받은 20대 남성 A씨는 특정 상대에게만 보이는 카카오톡 멀티프로필을 악용해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연락처 차단으로 문자 전송이 막히자, 상태메시지 문구를 피해자가 보게 한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에게 물건을 도달하게 한 행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를 스토킹에 포함하지 않았다.
해외 사정도 비슷하다. 이승준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외의 경우, 스토킹 과정에서 가해자가 피해자 개인정보를 도용해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의 프로필과 비밀번호를 변경하거나 각종 구독 서비스를 신청하는 등의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해외에선 이 역시 폭넓게 스토킹으로 간주해 처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 추모공간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조, 직장갑질119 관계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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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의사불벌죄 폐지로, 피해자가 원치 않아도 가해자를 처벌하도록 한 방향 역시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스토킹법은 지난 2021년 반의사불벌죄 규정을 포함해 제정됐으나 개정을 통해 해당 규정은 폐지됐다. 스토킹은 대부분 지인 관계에서 벌어지는 만큼 합의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지점이 오히려 강력범죄 여지를 키운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반의사불벌죄 폐지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선 ‘피해자보호명령’ 제도 적용 등 피해자 보호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피해자 입장에선 가해자에 신고 및 처벌 의사가 알려지는 것만으로 보복을 우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2개월 간 교제했던 연인으로부터 1년여에 걸쳐 스토킹 피해를 당하고 있는 B씨도 이같은 이유로 경찰 신고를 기피하고 있다. 가해자는 B씨 근무지와 거주지를 수차례 찾아오고, 자신의 연락처를 차단하자 가족 휴대폰까지 동원해 연락을 해왔다. B씨는 헤럴드경제와 만나 “가해자를 자극할까 두려운 마음에 신고는 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교수는 “가정폭력법상 피해자보호명령제도를 스토킹 범죄에도 적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경찰 판단이 아니라 피해자가 직접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보호명령제도란 가정폭력 가해자를 주거지로부터 격리하고 100m 이내 접근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제도다. 스토킹처벌법상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는 피해자보호명령과 내용은 비슷하지만 신청을 경찰 판단에 맡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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