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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정부가 오염수 방류해놓고 ‘먹어서 응원’?… 국민들 전시동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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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30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먹고 있다. 도쿄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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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의 후폭풍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꺼낸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을 두고 일본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쿄신문은 12일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벌이고 있는 수산물 소비 촉진 캠페인과 국민운동에 대한 일본 내 비판을 전했다. 앞서 오염수 방류 이후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를 강화하자, 일본에선 정부기관 관계자들이 직접 시식까지 나서며 수산물 소비를 강조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수산물 소비 확대를 위한 국민운동도 독려했다.

하지만 섣불리 방류부터 해놓고 후폭풍이 일자 국민들을 동원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시마 겐이치 류코쿠대 교수는 “(오염수 방류에 따른) 환경 영향을 다른 나라들과 협의하는 것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국제안전기준에서도 정한 사안”이라며 “이런 상황에 중국의 반발이 예상 밖이라며 ‘먹어서 응원’을 호소하는 것은 불성실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시마 교수는 수산업 지원을 위해 1000억엔(약 9000억원)의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그는 “어업인에 대한 지원을 세금으로만 충당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피해와 부담을 동시에 떠안게 하는 것이라 이치에 맞지 않는다”라며 “사업자 책임을 규정한 원자력손해배상법에 의거해 국가는 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에 그 비용을 청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먹어서 응원’ 캠페인을 이행하는 데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고 봤다. 물가 상승으로 가구들의 소비 여력이 떨어졌고 특히 식료품 지출이 빡빡해졌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 국민들 스스로 수산물 소비를 늘리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염수 방류 후폭풍을 이겨내자며 일본 우익들이 벌인 캠페인도 문제가 됐다. 논픽션 작가 하야카와 타다노리는 최근 주요 일간지에 ‘일본 생선을 먹고 중국을 이기자’라는 캠페인을 벌인 일본 우파들의 행태를 두고 “중국의 이해를 얻지 못한 외교적 실책을 ‘피해를 본 불쌍한 일본’으로 바꿔치기하고, 중국을 이기겠다는 말로 배외주의와 국가주의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와 우파들이 벌이는 국민운동에서 전체주의의 악몽을 떠올리는 시각도 있다. 후쿠시마 원전 문제를 취재해온 논픽션 작가 요시다 치아는 “오염수의 해양 방류도, ‘먹어서 응원하자’는 것도 후쿠시마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정부) 마음대로 결정된 일”이라며 “부당하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 캠페인에 의문을 보이면 ‘비국민’ 등으로 간주되므로 피해자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도쿄신문은 “관계자의 이해를 얻지 못하고 오염수 방류 이야기가 진행되다 느닷없이 국민운동이 시작됐다”라며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렇게 전시동원되어도 좋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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