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오전 용산 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번 순방 기간에 리창(李强)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재개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5일부터 5박 7일간 진행된 인도네시아·인도 순방 성과를 설명하면서 한 발언이었다. 윤 대통령은 순방 중에는 일본을 앞세워 ‘한·일·중’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날은 ‘한·중·일’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은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연내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 중이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2019년 이후 4년간 열리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순방 중) 리창 총리와 만나 북한 문제가 한·중 관계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북핵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한·미·일 3국 관계가 더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언급하고 한·중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과 같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진행 중인 러시아에 대해선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별도 브리핑에서 북·러 정상회의 추진에 대해 “많은 국가가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하기를 바란다”며 “우리 정부는 우방국들과 협력하면서 전반적으로 관련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고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는 3국 협력 복원 의지를 밝히면서, 동시에 러시아에는 ‘책임’을 거론하며 압박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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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순방의 경제적 성과를 부각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두고 “우리 기업들이 가장 역점을 두고 진출을 준비 중인 핵심 시장”이라고 했다. 특히 한·인도 우주과학 협력 추진 합의를 언급하며 “이러한 합의가 구체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우주 분야의 협력을 주도할 우주항공청이 빠른 시일 내에 설립돼야 한다”며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또 윤 대통령은 “경제 대외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리나라는 해외 시장을 안방처럼 누비고 다녀야 경제에 활력이 돌고 일자리가 생긴다”며 “수출과 기업의 해외 진출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공개회의에선 “경제부처는 말한 것도 없고 모든 부처가 업무와 관련 있는 기업의 현안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도울 수 있는 것은 과감히 도와주고, 안 되는 건 확실히 안 된다고 알려주라”고 당부했다.
국내 현안으로는 교권 보호 관련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교육 현장에서 비통한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며 “교육 현장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원의 정당한 생활 지도를 아동학대 금지행위 위반으로 보지 않는 ‘초중등교법’ 및 ‘유아교육법’, 악성 민원을 교권 침해로 규정한 ‘교원지위법’,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보호자의 협조 의무를 규정한 ‘교육기본법’ 등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사의 정당한 교권 행사가 처벌받지 않도록 교육부와 법무부는 우선 형법 20조의 정당행위 규정에 따른 위법성 조각 사유가 적용될 수 있는 정당한 교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신속하게 만들어주길 바란다”라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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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가짜뉴스 확산을 방지하지 못한다면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는다”는 말도 했다. 이어 비공개회의에서 “순방 중 해외 각국 정상들도 자국의 가짜뉴스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더라”며 “나도 ‘국내 가짜뉴스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는 말을 전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최근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편 윤 대통령은 12일 사의를 표명한 이종섭 국방부장관의 사표를 13일 수리하면서 곧바로 소폭 개각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2일 "민주당이 이 장관 탄핵안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사표 수리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개각 대상은 국방부 및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유력하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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