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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베트남서 ‘中견제 순방’ 마무리…반도체 파트너십, 공급망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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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0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앞줄 왼쪽)이 베트남 권력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앞줄 오른쪽)과 함께 하노이 대통령궁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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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 미국·베트남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뒷마당으로 불리는 동남아시아 지역 내 중국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권력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만나 양국 관계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기존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 관계는 지난 50년간 갈등에서 정상화를 거쳐 최고 수준의 파트너십으로 진전을 이뤘다”고 자축했다.

그는 특히 이번 관계 진전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다자 안보 협력 틀의 심화 노력 속에 이뤄진 것이라며 ▶캠프 데이비드의 한ㆍ미ㆍ일 3국 안보 협력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테평양 제도 포럼▶미ㆍ필리핀 동맹 강화 ▶오커스(AUKUS, 미국ㆍ영국ㆍ호주 3국 외교안보 협의체) 파트너십 ▶쿼드(Quad, 미국ㆍ일본ㆍ인도ㆍ호주 4개국 안보 협의체) 참여 확대 등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쫑 서기장은 “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그래야 우리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호응했다.



“동남아 지역 내 中 영향력 견제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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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대표단이 10일 하노이의 베트남 공산당 본부에서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을 비롯한 베트남 대표단과 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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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서로 총구를 겨눴던 미국과 베트남 양국은 1975년 베트남 공산화 이후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그러다 1995년 7월 국교를 정상화한 데 이어 2013년 7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이후 10년 만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끌어올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과거 전쟁 상대국이었던 베트남과 새롭고 강화된 외교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것은 동남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전날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대항하는 ‘인도-중동-유럽 경제 회랑’을 미국 주도로 출범시킨 바이든 대통령이 미-베트남 관계 격상으로 ‘중국 견제’에 방점이 찍힌 이번 아시아 순방의 대미를 장식한 셈이다. 앞서 지난 8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중국을 겨냥한 다자 협의체인 쿼드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미 백악관은 베트남과의 관계 격상에 대(對)중국 견제 취지가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백악관은 이날 설명 자료를 내고 “미ㆍ베트남 양국 관계의 역사적 격상으로 전 세계적 도전에 대해 공동 대처할 계기가 마련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희토류 양해각서 체결도…공급망 구축 기대



미국은 특히 양국 간에 탄력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반도체 산업의 밸류 체인을 높이는 동시에 중국을 대체하는 공급망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베트남 양국은 전기차·스마트폰의 충전식 리튬이온 배터리 가공에 필요한 핵심 광물인 희토류 공급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베트남은 세계 최대 희토류 공급국가인 중국 다음으로 매장량이 많다. 미국의 대중 첨단기술 수출 통제 조치에 맞서 중국이 반도체 핵심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 제한에 들어가자 중국이 향후 희토류를 전략 무기로 삼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향후 미·베트남 간 국방ㆍ안보 협력 확대도 예상된다. 미국 항공모함의 베트남 입항이 늘어나고 미국의 무기 판매 및 양국 합동 군사훈련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중국과 관계, 확실히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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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 저녁 하노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베트남 방문 성과와 관련된 발언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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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미·중 관계를 대하는 미 정부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표한 중국 정부의 입장과 관련해 “이번 순방 목적은 중국을 억제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중국과의 관계를 확실히 하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중국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다”는 말을 여러 차례 입에 올리며 “다만 중국이 규칙에 기반한 성공을 거두는 것을 보고 싶다”고 했다.

중국은 자국을 향해 포위망을 좁혀 오는 미국에 대립각을 바짝 세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G20 공동선언 초안을 논의하는 비공개 회의에서 미국이 2026년 G20 의장국을 맡는다는 문구의 삭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한다.

2024년 브라질, 2025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2026년 미국이 의장국을 맡을 예정인데 통상 논란의 여지가 없는 순회 의장국 선정을 두고 반대 입장을 표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FT는 “중국이 반기를 든 것은 미·중 사이의 깊은 불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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