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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베트남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격상..."중국 견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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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 베트남이 양국 관계를 최상위 수준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야심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권력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회담하고 양국 관계를 이같이 격상하는 데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베트남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방문은 미국과 베트남 간 협력이 확대되고 남중국해를 둘러싼 인도·태평양 지역 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쫑 서기장과의 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또 다른 중요한 관계를 강화했다"면서 "매주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파트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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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이번 방문을 계기로 미국은 2013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베트남을 찾아 가장 낮은 수준인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한 이후 10년 만에 양국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하게 됐다. '비동맹'을 표방하는 베트남은 그간 한국, 인도, 러시아, 중국 등 4개국과만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어왔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선 베트남과의 외교 관계 격상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 기반을 한층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쿼드(Quad), 오커스(AUKUS), 한미일 동맹에 이어, 베트남을 거점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함으로써 중국 견제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언론들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는) 미국이 오랫동안 탐낸 상징적이면서도 중요한 지위"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맞서는 보루로서의 전술적 가치 차원에서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태평양 국가이며 우리는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 역시 중국에 대한 경고라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베트남은 친구이자 믿을 수 있는 파트너이자 국제사회의 책임감 있는 구성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과의 관계와 관련한 질문에는 "중국을 봉쇄하려는 것이 아니다. 중국과의 관계를 분명히 하고 싶을 뿐"이라고 답했다.

다만 이날 베트남은 공식 발표문에서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동남아 국가들의 정당한 이익을 계속 보장하기를 희망한다"면서도 "무력 사용이나 위협, 국제법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말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할 것"도 촉구했다.

중국 역시 바이든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중국 외교부측은 이번 방문 관련 질문에 "(미국은) 냉전식 사고방식, 제로섬 게임 사고방식을 버려야 할 것"이라며 국제 관계의 기본 규범을 지키고 지역 안정을 해치지 말 것을 촉구했다. NYT는 "베트남이 중국에 맞서는 연합에 합류할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주장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몇 안 되는 동남아 국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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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이와 함께 미국이 이른바 프렌드쇼어링의 일환으로 중국 위주의 공급망을 베트남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양국 경제 협력도 강화할 전망이다. 스마트폰과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희토류 공급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은 중국 다음으로 희토류 매장량이 많은 국가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에는 인텔, 구글, 앰코 테크놀로지, 보잉 등 미 기업들의 고위 관계자들도 다수 동행했다. 11일에는 양국 비즈니스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보잉은 베트남항공과 약 75억달러 규모의 737 맥스 50대 판매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요 외신은 보도했다.

이밖에 미국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베트남에 무기류 등 군수 물자를 수출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세계 10대 무기 수입국 중 하나였던 베트남은 오랜 시간에 걸쳐 러시아제 무기에 의존해왔다. NYT는 이날 베트남 정부 내부 문건을 인용해 베트남이 최근 몇달 간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제재를 위반해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사들이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새로운 파트너십은 베트남이 미국을 비롯해 우리의 동맹으로부터 무기를 들여오는 것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미국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베트남의 인권 문제를 거론할 것인지도 주목해왔다.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가장 권위적인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인권 문제를 제기했고, 쫑 서기장은 내정 불간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약간의 긴장감도 감지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를 우크라이나 전쟁의 침략국으로 명시하지 않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성명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G20 회원국 간 신경전 끝에 공동성명 채택은 이뤄졌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직접 규탄하는 내용은 제외됐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분열 쟁점(a wedge issue)"이라며 러시아와 중국이 모두 G20 회원국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같은 날 CNN방송에 출연해 동일한 질문에 "러시아를 제외한 G20 정상들은 모두 영토와 주권의 중요성에 단합된 태도를 보였다"면서 "이 전쟁이 끝나는 것뿐 아니라 러시아가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에도 분명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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