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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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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타란티노 ‘장고’ 패러디…10년차 C급영화 감독의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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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인천에서 촬영한 패러디 영화 ‘잔고: 분노의 적자’가 ‘세숫대야냉면 웨스턴’이란 호응 속에 13일 개봉한다. [사진 영화사 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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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볼모로 잡혀 빚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현대판 노예에 빗댄 영화 ‘잔고: 분노의 적자(이하, ‘잔고’)’(감독 백승기)가 13일 개봉한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할리우드 서부영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2012)를 패러디했다.

데뷔작 ‘숫호구’(2014)부터 ‘시발, 놈:인류의 시작’(2016), ‘인천스텔라’(2021) 등 10년째 C급 패러디 영화를 고집해온 인천 토박이 백승기(41) 감독의 5번째 장편 영화다.

이번 영화에선 갑질 연예 기획사에 속은 배우 지망생 여동생과 전재산을 잃은 가난한 영화학도 잔고(정광우)가 전설의 총잡이가 되어 복수에 나선다. 과장된 캐릭터, 엉터리 영어 대사에 진지한 자막까지 ‘잔고’엔 날것의 유머가 가득하다.

타란티노 원작에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맡은 악당 농장주 역은 연예기획사 사장 ‘빚갚으리오’로 재탄생했다. 이 역할의 배우 손이용 등 출연진과 스태프는 대부분 백 감독 지인들로 구성됐다. 제작비 6000만원의 저예산이다 보니 만듦새가 거칠지만, 10년 간 팬덤도 생겼다.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상영해 5분 만에 매진됐을 정도다. 이 영화를 두고 ‘화평동 세숫대야냉면(인천 명물) 웨스턴 장르’란 명명도 나왔다. 이탈리아식 서부극을 ‘스파게티 웨스턴’이라 부르는 걸 빗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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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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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이후 상업영화 제안까지 받았다는 백 감독을 지난 7일 서울 용산의 한 극장에서 만났다. “추석 연휴에 ‘잔고’가 캐나다 오타와 한국영화제에 초청됐는데, 콩글리시 대사를 영어권 국가에서 틀게 되다니….” 백 감독의 걱정이 태산 같았다.

Q : 어떻게 ‘잔고’에 착안했나.

A : “전작 ‘인천스텔라’ 이후 상업영화를 해보자고 마음먹었는데 코로나19가 왔다. 할 수 있는 게 글쓰기 밖에 없으니까 무기력해지더라. 그러던 차 타란티노 영화를 보고 자극을 받았다. 흑인 노예들이 걸어가는 첫 장면부터 나라면 어떻게 찍을까 막 상상이 됐다. 한달 안에 영화를 만들겠다고 멤버를 짰다.”

‘잔고’도 헐벗은 청년들이 10만원·5만원 등 몸값이 프린트된 팬티만 입고 손목이 묶인 채 끌려가는 게 첫 장면이다

Q : 영화에 한국 청년 현실을 담았다.

A : “패러디도 재해석이 중요하다. 아무리 웃겨도 독립영화가 살아남으려면 의미가 담겨야 한다. 저 자신도 진지한 면이 있다(백 감독은 10년 넘게 미술 교사로 재직했다). 영화를 꿈꾸면서 저와 동료들이 느낀 답답한 현실을 ‘잔고’에 담았다.”

Q : ‘시발, 놈’의 영어 내레이션에 이어 콩글리시 대사를 썼는데.

A : “미국발 서부극이니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었다. 너무 창조적인 영어로만 가면 지치니까 정상 문법도 섞었다. 균형감, 리듬이 중요하다.”

Q : 해외 관객용 영어자막은 어떻게 달았나.

A : “고백하자면 부천영화제 상영 때 영어자막은 캐나다에서 살다 온 한국 중학생이 작업했다.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던 영어 교사에게 부탁했는데 그분이 딸한테 맡긴 거다.”

Q : 차기작은 어떤 작품인가.

A : “상업영화를 준비 중이다. 요즘 10대들은 하루 종일 휴대폰 작은 화면으로 틱톡·릴스·쇼츠·게임을 본다. 패러디해도 그 친구들이 보는 유튜브 짤이 나와야 재밌어할 것 같다. 큰 줄거리는 영화의 익숙한 구성을 따르더라도, 그런 요즘 취향을 적극적으로 차용해보고 싶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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