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네이트판’에 인천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이 공개한 피해자와 가해자 간 대화 내용. 커뮤니티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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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옛 연인을 찾아가 살해한 30대 남성에 대해 피해자 유족이 피해자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며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8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스토킹에 시달리다가 제 동생이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피해자의 유족인 글쓴이는 이 글에서 “가해자는 동생의 헤어진 전 남자친구”라며 “(두 사람은) 우연히 테니스 동호회에서 만나 연인 관계가 됐다”고 밝혔다. 글쓴이는 “동생은 비밀연애를 전제로 가해자를 만났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해자는 공개연애를 계속 원했다. 이미 한 차례 결혼생활에 실패한 동생은 연애만을 원했지만 가해자는 결혼을 하고 싶다며 졸라댔다”고 적었다. 이어 “(가해자의) 집착과 다툼도 많아지자 (동생이) 헤어지자고 얘기했고 그때부터가 (스토킹의) 시작이었다”고 밝혔다.
가해자는 지난 7월17일 오전 5시54분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회사를 출근하기 위해 나온 피해자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자는 피해자의 이별 통보 이후에도 계속 주변을 맴돌며 상습적으로 스토킹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는 2월19일 가해자에게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6월2일에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가해자를 고소했다. 가해자는 수사를 받던 6월9일에도 피해자 집 주변을 배회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6월10일 가해자는 인천지법으로부터 제2·3호 잠정조치(접근금지·통신제한) 명령을 받았다. 경찰은 피해자의 신변 보호를 위해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기도 했는데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를 경찰에 반납(7월13일)하고 나흘 만에 사건이 발생했다.
글쓴이는 가해자의 집요했던 스토킹 범행을 상세하게 밝혔다. 글쓴이는 “(가해자가) 연락으로 계속 괴롭히고 차로 동생을 뒤따라오고 동생 팔에 시커먼 멍이 들 때까지 폭행하기 시작했다”며 생전 피해자가 멍이 든 자신의 팔을 직접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8일 ‘네이트판’에 인천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이 공개한 피해자 생전 사진. 가해자에게 폭행을 당해 팔에 시커먼 멍이 들었다. 커뮤니티 갈무리 |
또 가해자는 피해자와 헤어진 뒤에도 사귀던 당시에 찍었던 사진을 자신의 메신저 프로필로 설정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까지 했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소개로 피해자와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피해자는 매번 직장 동료들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해야 했다고 한다.
글쓴이가 공개한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대화 내용을 보면 6월1일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해당 사진을 갈무리해 보내며 “우리 헤어졌잖아. 제발 (사진) 좀 내려줘”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가해자는 “넌 아니겠지만 나한테 너는 내 전부”라며 피해자의 요청을 거부했고, “저거 스토커”라는 피해자의 말에는 “아닌데?”라는 말로 대꾸했다. 글쓴이가 공개한 또 다른 대화 내용을 보면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정말 내가 죽도록 싫어?”라고 물었고, 피해자는 “너무 무섭고 싫다”며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피해자가 “정말 싫다”고 재차 말했지만 가해자는 “정말 정말 싫어?”라며 피해자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글쓴이는 “죽은 동생의 휴대전화에는 스토킹과 관련된 검색기록이 가득했다”며 “얼마나 불안했을지 되돌아보는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사건 당시 피해자를 지키고자 했던 피해자 어머니의 안타까운 사연도 공개됐다. 글쓴이는 “살려달라는 딸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뛰쳐나온 (피해자의) 엄마는 가해자를 말리다가 칼에 찔렸고 (피해자의 딸인) 손녀가 나오려고 하자 손녀를 보호하는 사이 딸이 칼에 찔린 것”이라며 “가해자를 말리며 생겼던 상처자국을 보며 (피해자의) 엄마는 딸이 생각난다며 매일 슬픔에 허덕이고 있다”고 적었다. 또 “6살 난 동생의 딸은 엄마 없이 세상을 살아가게 됐다”며 “제발 동생 딸이라도 안전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글쓴이는 스토킹 범죄 피해자들이 안전해질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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