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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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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새 4편 개봉…한가위 극장가, 韓영화 '집안싸움'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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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보스톤'·'천박사' 한날 개봉…개천절엔 '30일'

영화계 우려…"틈새시장 노려 개봉할 필요도"

연합뉴스

파이팅 외치는 '거미집' 감독과 출연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오는 29일 추석을 전후해 한국 영화 4편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면서 지난여름 극장가에서 벌어졌던 출혈 경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배급사로서는 '대목'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수밖에 없겠지만, 틈새시장을 노리는 등 개봉 전략을 바꿔 좋은 작품이 외면받는 일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영화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직전인 오는 27일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 강제규 감독의 '1947 보스톤'(이하 '보스톤'), 김성식 감독의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 등 3편이 동시에 개봉한다. 연휴 마지막 날이자 개천절인 다음 달 3일에는 남대중 감독의 '30일'이 극장에 걸린다.

이번 추석 연휴가 총 엿새로 다소 긴 점을 고려하더라도 일주일 사이 주요 작품 4편이 개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에는 '공조2: 인터내서널' 1편만이 개봉했고, 2021년에는 '보이스'와 '기적' 2편이 출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이자 역대 최다 관객 수를 기록한 2019년에도 '나쁜 녀석들: 더 무비', '타짜, 원 아이드 잭', '힘을 내요, 미스터 리' 3편이 개봉했다.

한국 영화 관객 수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반토막 난 상황에서 중견급 작품들이 한꺼번에 나오는 이유는 이번 추석 연휴가 사실상 올해 마지막 성수기이기 때문이다.

극장가의 대표적인 대목으로는 설 연휴, 방학이 낀 7∼8월, 추석 연휴가 꼽힌다. 이미 설과 여름이 지난 시점에서 추석은 관객을 끌어모을 최종 기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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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바탕 '1947 보스톤' 제작발표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추석 연휴에 개봉할 수밖에 없는 각 배급사마다의 사정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거미집'은 올해 칸영화제 초청됐기 때문에 '칸 효과'가 사라지기 전에 개봉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면서 "'천박사'의 경우 CJ ENM이 작년 말부터 흥행작이 거의 없었다는 계산도 들어갔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보스톤'은 촬영을 마친 지 3년이 넘은 작품이라 올해 나오지 않으면 구작(옛날 영화) 이미지가 더 심해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쟁작이 많은 만큼 흥행 실패 가능성 역시 클 수밖에 없다.

추석 개봉작 4편은 모두 티켓 파워가 있는 스타 배우진을 내세운 작품으로, 제작비도 여름 극장가 텐트폴(흥행이 기대되는 상업영화)에 버금간다.

가족 단위의 관객에게 강한 장르이기도 해 경합은 더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미집', '천박사', '30일'은 코미디, '보스톤'은 역사·스포츠 드라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대작들이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했다가 쓴맛을 본 지난여름의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7∼8월 나온 '밀수', '비공식작전', '더 문', '콘크리트 유토피아' 4편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현재까지 '밀수'뿐이다. 특히 지난달 2일 동시 개봉한 '비공식작전'과 '더 문'은 200억원을 훌쩍 넘긴 제작비를 투입했음에도 각각 105만여 명, 51만여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아직 추석 영화가 개봉 전이라 흥행 여부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여름 극장가 사례를 보더라도 네 편 모두 흥행에 성공한다는 건 바람일 뿐 실현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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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제작보고회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성수기라고 해서 무작정 개봉할 것이 아니라 개봉이 뜸한 시기를 노릴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례로 안태진 감독의 '올빼미'(2022)는 비성수기로 꼽히는 11월에 나왔지만 332만여 명의 관객을 모아 흥행에 성공했다. 박규태 감독의 '육사오'(2022)도 추석 연휴 2주 전이자 여름 성수기가 끝난 애매한 시기에 극장에 걸렸으나 198만여 명을 동원했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배급사가 개봉 일정을 정할 때 특정 성수기를 겨냥하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그러나 시기만 보고 들어갈 것이 아니라, 한편으로는 관객들의 입소문이 날 수 있는 시기를 고르는 틈새시장 전략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휴라고 해도 관객당 1편 많아야 2편을 볼 것으로 예측된다"며 "기존 개봉작과 외화까지 경쟁에 뛰어들기 때문에 좀 더 섬세하게 개봉 시점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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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30일'의 주역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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