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호 해빗팩토리 공동대표. /해빗팩토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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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에게는 사실 필요한 보장만 들어 있는 저렴한 보험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그러나 보험사와 개인사업자인 설계사들은 수당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비싼 보험을 권하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빗팩토리는 보험 가입 과정의 모든 상담을 정규직 설계사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카카오톡 메신저로 진행합니다.”
보험 분석·추천 애플리케이션(앱) 시그널플래너를 운영하는 해빗팩토리의 정윤호 공동 대표는 “설계사 전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해 신뢰와 생산성, 수익성을 모두 잡을 수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해빗팩토리는 설계사 중심으로 짜인 보험 유통 구조를 바꾸기 위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시그널플래너’를 출시한 마이데이터 기반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이다. 지난해는 미국에 진출해 주택담보대출 서비스도 선보였다. 시그널플래너의 가입자는 60만명, 월 이용자는 약 7만명이며, 지난해 매출은 100억원을 돌파했다.
해빗팩토리가 추구하는 보험 설계 방향은 자동차 제조사인 포드의 제작 구조를 따른다. 포드는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자동차 생산 공정을 나누고 전문화, 표준화해 컨베이어 벨트 위로 올렸다. 이로 인해 경쟁사 대비 생산성을 5배로 높여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시그널플래너 역시 보험 상품 판매 과정을 나누고 전문화, 표준화해 비대면 프로세스 위로 올렸다.
AI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합한 상품을 분석·추천해 주면, 정규직 설계사가 1차와 2차에 거쳐 상담을 진행한다. 사람이 100% 했던 일의 86%를 AI와 알고리즘이 대신하는 구조다. 설계사 한 명당 생산성은 지난달 280만원(초회보험료 기준)을 기록했는데, 이는 설계사 수가 많은 주요 법인보험대리점(GA)과 비교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해빗팩토리는 최근 청각장애인 설계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직접 만나거나 통화하지 않아도 카카오톡으로 보험을 판매할 수 있으니, 실력만 좋으면 청각장애가 있어도 소통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지난달 22일 정 대표를 서울 강남구 해빗팩토리 본사에서 만나 구체적인 경영 철학과 회사 운영 방향 등에 대해 물어봤다. 다음은 정 대표와 일문일답.
―청각장애인을 정규직 보험설계사로 채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회사가 커지며 장애인 의무 고용 관련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보험사에서 잘나가던 청각장애인 설계사 김보우씨를 만나 설득했다. 비슷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도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회사가 되기 위해서였다.
김보우 설계사도 코로나19 기간 대면 영업을 할 때 마스크 때문에 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하던 입 모양을 볼 수 없어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연봉을 줄여가며 해빗팩토리로 이직했고, 8월 계약 체결 수로 1등에 올랐다. 앞으로 청각장애인 보험설계사를 더 채용할 예정으로, 올해는 3명 추가 채용할 계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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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다른 설계사도 전원 정규직으로 고용했다고 하는데.
“해빗팩토리는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고객 중심의 보험 판매를 위해선 수수료, 인센티브 등에 취약한 개인사업자 형태가 아닌 정규직 설계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보험상품을 얼마나 팔든 상관없이 월급을 받기에 무리해서 비싸기만 한 보험을 추천하지 않는다. 이는 결국 고객 만족으로 돌아온다.”
―비싼 상품을 팔지 않아도 수익성엔 문제없나.
“실적에 따른 수당이 없으면 영업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해빗팩토리는 업계 평균과 비교해 25배의 수익성을 거두고 있다. 고객이 찾아오는 인바운드 영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 영업력을 끌어올렸다. 실제로 자연 발생 고객 비중이 40%에 달한다.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단기적으론 손해인 것처럼 보여도, 장기적으론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나.
“오히려 설계사 등 사람의 개입이 최소화됐기 때문이다. 기존 보험사는 1명의 보험 설계사가 고객 획득부터 상품 제안, 인수 심사, 유지·관리까지 모두 담당한다. 그러나 해빗팩토리는 앱 설치를 통해 획득한 고객의 정보를 마이데이터·스크래핑 기술 등을 활용해 수집한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AI는 고객별 맞춤 상품을 자동으로 추천해 준다. 현재 판매 중인 금융 상품을 스크래핑(데이터 자동추출),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 및 분류·분석한 결과다. 또 AI가 1000쪽에 이르는 보험 약관을 가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1~2쪽으로 요약해 알려준다.”
―그럼 설계사는 무슨 일을 하나.
“계약 전환율을 높이기 위해선 설계사의 상담이 필요하다. 보험이란 상당히 큰돈이 들어가는 중요한 계약인데, 궁금한 점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지 않겠나. 추천 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 이외에 고객이 궁금한 점들을 1, 2차에 걸쳐 설계사가 상담을 진행하고 계약을 체결한다. 이 과정에서 AI가 고객의 문의를 자동으로 분류해 상담 메시지를 추천해 줘 효율성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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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 외에도 연금, 증권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라 들었다.
“보험은 미래를 위해 오랫동안 써야 하는 큰돈이고, 연금도 이와 비슷하다. 앱에서 여러 금융 기관의 연금 자산을 한눈에 파악하고, 가입 금액을 바탕으로 한 수령 예상액을 확인하는 서비스를 지난해 선보였다. 대출 중개 서비스 역시 고객의 정보를 획득하고 기존의 금융 데이터를 분석해 상품을 추천하는 프로세스는 기존의 보험 비교·분석 서비스와 같다. 관련 라이선스도 갖고 있지만,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다양한 금융상품을 다루는 기업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미국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진출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시장은 대출 금리 등에 따라 대출모집인 수익이 결정되는 구조로, 보험 설계사와 비슷하다. 해빗팩토리는 AI로 서비스 구조를 개선해 비용을 낮췄다. 올해 6월 주택담보대출 전문은행 허가를 받았고, 시스템 정비를 마쳐 하반기부터 대출에 나설 계획이다.”
☞정윤호 해빗팩토리 공동대표는
▲서강대 경영학 학사 ▲오마이뉴스 기획팀 ▲테터앤컴퍼니 기획팀 ▲유저스토리랩 창업 및 대표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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