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리스크관리학회와 한국보험계리사회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IFRS17에서 가치경영과 리스크관리’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정은경 기자. |
[한국금융신문=정은경 기자] 한국리스크관리학회와 한국보험계리사회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IFRS17에서 가치경영과 리스크관리’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이재민 한국보험계리사회 회장과 이항석 한국리스크관리학회 회장, 지홍민 이화여대 경영학 교수, 한승엽 홍익대 경영학 교수, 박진해 큐핏(전 금감원 국장) 전무 등 업계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올해 처음 도입된 IFRS17은 과거 IFRS4와 달리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 기준으로 평가한다. 손익을 인식할 때도 현금흐름에 따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 전 기간에 걸쳐 나눠 인식한다.
IFRS17 도입 후 단기성장성에 집중…불완전판매 가능성 높여
주제발표자로 나선 한승엽 홍익대 교수는 IFRS17의 수익 인식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 보험부채는 원가에서 시가로, 수익성은 현금주의서 발생주의로 정보 유용성이 개선됐지만, CSM(계약서비스마진) 상각 수익과 기타 요소(RA, LRC) 수익·비용 인식 기준 간 일관성 부재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외부정보이용자 관점에서 보험사 전체 수익성 정보 파악이 곤란해지고 재무정보 유용성이 저하된다”라며 “보험서비스 본질, 재무보고 단위 및 목적을 고려하고, 보험계약자의 기대 효익을 재해석하는 등 정보의 유용성 제고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IFRS17 도입 이후 단기성장성에 집중하는 경향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IFRS17 특성상 신계약의 보험이익 규모나 수익성 측면에서 IFRS4보다 계약 초기 수익성이 개선된다. 실제로 올해 첫 IFRS17 도입한 뒤 국내 보험사 상반기 순이익은 작년(3조5399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9조1440억원을 기록했다. 자본도 과거 회계기준인 IFRS4를 적용한 것과 IFRS17을 적용한 수치가 약 10배가량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반면, 보유계약의 경우 공정가치법 적용으로 소급법 대비 CSM 규모는 줄어들지만, 전환 시점에 미래 기대이익을 일시에 실현한 것과 동일한 재무적 효과가 나타난다. 이에 보유계약의 미래 기대 마진은 줄고, 손실부담계약 전환 가능성은 증가해 장기적으로는 보험사 수익성 감소로 이어지고 재무성과 변동성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교수는 “초반에는 IFRS17 시행으로 기존 매출 중심의 영업 관행이 사라지고 판매 경쟁이 줄어들면서 내실 있는 경영이 될 것으로 봤지만, CSM 상각 등 공정가치법 적용으로 보험사들이 상품을 팔지 않을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영자들은 단기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단 팔고 보자는 환경으로 나아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IFRS17 수익 체계가 바뀔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당장의 이익 시현보다 장기적으로 전체에 이익 되는 방향성 고민해야"
두 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박진해 큐핏 대표는 보험사들이 제도변경에 따른 당장의 이익 시현보다 중장기 관점에서의 이익 시현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현실적으로 CSM 상각이 보험회사 이익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라며 “신계약을 얼마나 확보하는지, CSM이 얼마나 상각되는지가 CSM 변동의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금감원도 최근 ‘보험부채 할인율 산출기준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보험부채가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게 산출되도록 했다. 최근 금리가 높아진 것도 있지만, 생보사 중심으로 자본이 많이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는 등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할인율 조정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박 대표는 “장기선도금리와 최종관찰만기, 유동성프리미엄 세 가지 이슈를 가지고 할인율을 조정하는데 이들 모두 CSM을 낮추는 개선 방향”이라며 “BEL(최선추정부채) 수정치는 더 커지면서 CSM은 줄어드는 방향으로 할인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CSM 조기 상각의 문제점으로 ▲할인율 개선 전 이익 인식 ▲영업경쟁 심화 ▲계약자 간 형평성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박 대표는 “CSM 조기 소진으로 향후 신계약 유입 압력이 커지고, CSM이 큰 상품 위주로 무리한 시책이 이어지며 불완전판매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보험 계약이 장기 유지되어야 회사 영업전략도 좋아지는데, 장기 유지자보다 탈퇴·해약자의 메리트가 커져 형평성이 침해될 것”으로 봤다. 이어 "회사가 계약을 관리할 때 장기 유지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인지 의문이 나온다"고 말했다.
또 "보험사 이익과 직결된 CSM 상각 기준은 회사의 자율적 선택보다 제도 도입 초기 우려되는 문제점이 최소화되도록 ‘현가 환산 미적용 방향’으로 일괄적 적용이 필요하다"라며 "보험회사도 제도 변경에 따른 이익 시현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업계 전체에 이익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시간동안 이어진 열띤 토론…중장기 방향성 고민 필요
주제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에는 조성빈 NH농협생명 부사장보와 이일선 밀리만 부대표, 최양호 한양대 교수,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남혜정 동국대 교수가 참석해 1시간동안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의 상품 판매가 저축성보험에서 보장성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라며 “이러한 상품들은 향후 유지율이 떨어져 계약이 중간에 종료되거나 장기간 유지되면 보험사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남혜정 동국대 교수는 “IFRS17은 외부정보이용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적용됐는데, 아직 초기 단계임을 고려해도 보험사들의 공시 주석이 부실하고, 최소한의 공시 내용도 제공되고 있지 않는 등 정보가 너무 없다 보니 투자자로선 ‘블랙박스’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IFRS17은 내부 활용 목적으로 적용하는 기준이 아닌 외부 정보 이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정보가 공개돼야 하는지, 어디까지 공개할 수 있는지 등 최소 의무 공시 항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내부적으로 고민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성빈 NH농협생명 부사장보는 “IFRS17을 도입한 지 이제 8개월이 지났고, 이제 시작이다”라며 “현재 보험업계도 공시 부분이 미약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올 하반기나 내년 초 제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IFRS17 도입을 위해 10년간 준비했지만, 잡음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IFRS4 당시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며 “급격하게 가이드라인이나 규제를 도입하기보다는 감독기관이 시간을 갖고 기다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일선 밀리만 부대표는 ‘CSM 증대’를 회사 경영 목표로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대다수 보험사들이 경영 목표를 CSM 증대 또는 이와 비슷한 내용을 내세우며 CSM 증대만이 우리만의 살길이라고 얘기한다”며 “이는 CSM을 확대하는 상품에만 몰두돼 사업비가 과다 지출되고, 향후에는 더 많은 CSM을 산출하는 상품을 파는 문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양호 한양대 교수는 “계리적 가정 부분을 감독 당국이 규제하기보다는 업체끼리 공유해 서로 조정하고 맞추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며 “국제 기준에 맞춰 업계가 전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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