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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밥 먹다 말고 중국 총리 찾아가…“수입 금지 풀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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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3’ 정상회의서 중-일 오염수 신경전, 한국은 ‘침묵’

한겨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운데)가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일본’ 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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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한·중·일이 참여하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3’ 정상회의가 시작되기 직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별도 장소에서 도시락을 먹다 말고 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리창 중국 총리가 회의 참석을 위해 대기실로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두 정상은 대기실에 서서 10~15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기시다 총리가 리 총리의 ‘소매를 붙든 것’은 지난달 24일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직후 시작된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 조처 때문이었다. 기시다 총리는 이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본 언론들은 정부는 애초 별도 회담을 추진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현장에서 약식 만남을 성사시켰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취재진에게 “내가 (리 총리에게) 말을 걸었다고 해도 별로 틀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이를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들이 미리 외교 당국이 짜둔 ‘합’에 따라 움직인 셈이다.

‘탐색전’을 끝낸 두 나라는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놓고 재차 신경전을 펼쳤다. 개회사에 이어 아세안·한국·일본·중국 순으로 한 차례씩 발언이 이어졌다.

기시다 총리는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에서도 사람 및 환경에 대한 방사성 물질 영향은 무시할 수 있는 정도라고 나온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나아가 중국을 겨냥해선 “일본 수산물에 대한 전면적인 수입금지는 돌출된 대응”이라며 “과학에 근거한 행동이나 정확한 정보 발신을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애초 중국의 수입금지 조치를 ‘경제적 위압에 해당’한다고 강력히 비난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신중 대응으로 최종 방향을 정한 상태였다.

요미우리신문은 “회의에 참석한 아세안 각국과 한국은 일본 정부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 중국과 서로 진흙탕 싸움을 피하는 것이 (다른 국가들의) 지지를 얻기 쉽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도 예상대로 오염수 방류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핵오염수 방류는 세계 해양 생태 환경과 사람들의 건강에 관련이 있다. 일본은 국제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인근 국가 및 관계자들과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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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창 중국 총리가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중국’ 정상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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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 이후 처음 이뤄진 이날 접촉에서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가 향후 중-일 관계를 예측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봤다.

일본은 리 총리가 대일 ‘비판의 톤을 자제한 것’이란 내부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비판의 톤은 예상 영역을 벗어나지 않았다. 중국 쪽은 치켜든 주먹을 내릴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중국-아세안’의 별도 정상회의에서도 오염수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외교장관은 앞선 31일 전화회담에서 “한·일·중 3국 정부 간 협의체의 조속한 재가동을 위해 긴밀히 협력”한다는 데 동의한 바 있다.

중국이 ‘조직적 후퇴’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동향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예상대로 오염수 방류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일본은 한국이 오염수 방류를 사실상 용인해 이 문제에 대해 강경 대응하고 있는 중국을 외교적으로 고립시켰다고 보고 있다.

미국도 일본에 힘을 실어줬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은 5일(현지시각)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를 중국의 경제적 강압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일본의 (오염수 방류) 절차가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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