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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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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선택’ 군산 초등교사 카톡에 남은 ‘학교 내 갑질’ 정황…“업무 많아 힘들어”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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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시 동백대교 아래로 투신해 숨진 초등학교 교사가 주말에도 업무를 해야 할 정도로 격무에 시달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스마트칠판 등 에듀테크 업무와 돌봄 업무를 전담하면서 교장과 갈등을 빚어왔던 정황도 확인됐다.

세계일보

A 교사가 동료 교사에 보낸 카톡메시지. 사진 = 연합뉴스, 독자제공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숨진 A 교사는 공식적인 업무인 6학년 담임을 비롯해 방과 후, 돌봄, 정보, 생활, 현장체험학습, 학교축제, 친목회 등 비공식 업무도 담당했다.

A교사가 맡은 정보 업무는 최근 에듀테크와 4세대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으로 복잡하고 새로운 업무가 대부분이었다. 일선 학교 현장에서 기피 업무로 소문이 나 있을 정도다. A 교사는 해당 업무를 전담하면서 교장과 갈등을 빚어온 사실도 드러났다.

연합뉴스가 확보한 녹취록과 A교사의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A교사는 평소 예산과 관련된 업무를 배정받아 교장과 소통을 자주 해야 했고, 교장의 꼼꼼한 업무처리방식에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

A교사의 동료 교사는 "A교사가 결재서류를 올릴 때 '교장이 어떻게 해도 반려할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했다"면서 "또 교장의 개인적인 민원도 처리해 왔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이후 재개된 현장체험학습, 축제, 교사들의 친목회 업무도 손이 많이 가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다. 친목회 업무의 경우 고참이나 중견 교사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A교사는 격무 와중에 친목회 업무까지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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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교사가 동료에게 보낸 카톡 내용. 사진 = 연합뉴스, 독자제공


이에 대해 교원노조는 올해 2월 이 학교로 발령받은 A 교사의 업무가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 ‘살인적’이었다고 밝혔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은 “일반적인 학교에서 한 교사가 담당할 수 있는 업무량이 아니다. 가히 살인적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업무 분장을 통해 A 교사가 원해서 해당 업무들을 받았다고 하는데 학교 내에서 막내 교사였던 A 교사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얼마나 됐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A교사는 책임감이 강하고, 내성적인 사람으로 업무 스트레스에 대해 주변에 알리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업무량이라면 퇴근 후에도 업무를 해야 하고, 주말에도 업무를 처리해야 할 정도의 수준이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A 교사는 전임 학교에서도 교무부장을 맡아 웬만한 업무량은 감당할 수 있는 일 잘하는 교사로 알려진 분”이라며 “그런 사람이 일이 두세배 많다고 토로한 것을 보면 업무량이 상식적인 수준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A 교사가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온 정황은 동료 교사 여러 명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A 교사는 지난 4월, 6월, 8월에 동료 교사에게 '업무가 너무 많다', '이전 업무의 세배는 되는 것 같다', '늘 시간이 없다', '다소 몰빵(일감 몰아주기) 냄새가 난다' 등 카카오톡메시지를 보냈다.

학교 측은 A 교사와 동료 교사가 함께 상의해 업무 분장을 한 것이라고 '업무과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전북도교육청은 이와 관련 “학교를 대상으로 한 현장 조사는 이미 끝났다”며 “유족이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도교육청이 동료 교사들의 증언 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다.

또 A 교사의 업무가 과도했는지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군산해양경찰서는 최근 A 교사와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던 동료 교사 2명, 행정 직원 1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전날에는 이 학교 강사 2명 추가로 불러 A 교사가 외로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대해 물었다. 이들에 대한 조사에서 A 교사 죽음의 배경으로 지목할 만한 유의미한 진술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조만간 학교장을 상대로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학교장 조사는 A 교사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가 나온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A 교사는 지난 1일 오전 동백대교 인근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다리 위에 비상등이 켜진 승용차가 주차돼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다음 날 오전 군산해경에 협조를 요청했고, 수색 26시간 만에 고인을 발견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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