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군산 초등교사, 담임·돌봄·정보에 친목회 업무도 맡았다

전북교사노조 “A씨, 과도한 업무량 소화”

“막내라 업무 분장에 선택권 없었을 것”

학교 측 “동료와 상의 후 업무 정한 것”

숨진 군산 초등교사가 동기들과 주고 받았던 문자메시지 내용. 독자 제공

전북 군산시 동백대교 아래로 투신해 숨진 초등학교 교사가 과도한 업무를 맡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2월 이 학교로 발령받은 A씨는 공식적인 업무인 6학년 담임, 돌봄, 정보, 현장 체험학습 외에도 친목회 등 업무량이 많은 비공식 업무도 담당했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은 “A씨의 업무는 일반적인 학교에서 한 교사가 담당할 수 있는 업무량이 아니다”면서 “그 중 정보 업무는 최근 에듀테크와 4세대 나이스 도입으로 복잡하고 새로운 업무가 대부분이어서 기피 업무로 소문이 나 있을 정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가 업무 분장을 통해 해당 업무들을 받았다고 하는데 학교 내에서 막내 교사여서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얼마나 됐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노랑버스 사용’ 논란이 된 현장체험학습, 축제, 교사들의 친목회 업무 등 너무나 많은 업무를 담당했다. 친목회 업무는 고참이나 중견 교사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A씨는 고된 일에도 담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맡은 업무는 시골 학교의 세네 배 정도이며, 시내 학교로 보면 5배 정도 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친하게 지내던 동료 교사 여러 명에게 지난 4월, 6월, 8월에 ‘업무가 너무 많다’, ‘늘 시간이 없다’, ‘다소 몰빵(일감 몰아주기) 냄새가 난다’ 등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전북 군산시 동백대교에서 투신해 숨진 A 교사가 근무한 한 초등학교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전북교사노조 제공

정 위원장은 “A씨는 전임 학교의 업무는 자기 인생을 10이라고 치면 1, 2라고 표현하면서 이번 학교는 6, 7이라고 했다”면서 “일 잘하는 교사로 알려진 A씨가 일이 두세배 많다고 토로한 것을 보면 업무량이 상식적인 수준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A씨와 동료 교사가 함께 상의해 업무 분장을 한 것이라고 ‘업무과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군산해양경찰서는 최근 A씨와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던 동료 교사 2명, 행정 직원 1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 조사에서 A씨 죽음의 배경으로 지목할 만한 유의미한 진술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A씨는 지난 1일 오전 동백대교 인근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유서는 자신을 자책하면서 가족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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