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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끝냈으니 이제는 한·중·일? 윤석열 정부의 도장깨기식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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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한·미·일→한·중·일’ 단순 도식

외교는 여러 요소가 동시작용하는 종합예술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외신 인터뷰에서 “한·일·중 3국 간 협력도 다시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캠프 데이비드 회의에 대해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자평하는 윤 대통령이 다음 외교 임무로 직접 한·중·일 협력을 지목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현지 매체인 콤파스와 인터뷰에서 “저는 지난 3월 이후 한·일관계를 12년 만에 정상화시키고 개선하는 일련의 조치를 취했고, 이를 기반으로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새로운 차원의 한·미·일 3국 협력체를 출범시킬 수 있었다”면서 “이제 한·일·중 3국 간 협력도 다시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으로 보면 윤 대통령의 외교 흐름은 ‘한·일관계 개선→한·미·일 협력체→한·중·일 협력 궤도’로 요약된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위해 한·중·일 정상회의 연내 개최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3국 협의체인 한·중·일 정상회의는 2008년 1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 일본의 아소 다로 총리가 일본 후쿠오카에서 만난 것을 시작으로 8차례 진행돼오다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개최된 후 한·일관계 경색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멈춰있었다. 최근 한·일관계가 개선되면서 재가동 분위기가 조성됐다. 특히 의장국은 번갈아 가면서 맡는데 순번상 한국이라 한·중·일 3국 협력을 윤석열 정부의 외교 성과로 과시하기도 용이하다.

표면적으로 한·중·일 3국은 협력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룬 상태다. 한국과는 대만 문제, 일본과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배출 문제로 관계가 좋지 않은 중국도 3국 협력의 중요성은 재차 강조하고 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은 지난 7월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2023 중·일·한 협력 포럼’ 개막식에서 “중·일·한은 본질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호혜공영의 관계”라고 했다. 지난달 31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통화에서도 “중국은 한국이 중·일·한 협력 의장국으로서 3국 협력 촉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순탄하지 않다. 미·중 전략경쟁 고착화 속에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동맹국들로 만든 스크럼으로 중국에 대항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세계는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로 갈라지고 있다. 한·미·일 협력 강화에 대항하는 북·중·러 연대 경향도 뚜렷해졌다.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협력이 속력을 내고, 한·미·일 군사협력에 맞서 북·중·러 연합훈련도 현실화할 조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무기 거래 문제를 논의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중·일 간 의미 있는 협력을 도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윤석열 정부는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대결이라는 이념적 세계를 수용했다”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이분법적 세계에 놓인 상황에서 한·미·일 협력을 강화할수록 다른 한 축과의 관계는 악화하는 구조에 한국의 외교안보경제가 놓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중·일 협력에 대해 각국이 호응하더라도 실질적 성과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는 외교 관계를 단순하게 도식하는 현 정부의 외교 기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외교는 동시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이 필요한 데 스티커 하나씩 모아서 포도송이를 완성하는 방식으로는 글로벌 중추 국가 외교를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황재호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장은 “경제 연관성으로 볼 때 한·중 경제 협력 추진이 필요하고, 고도화되는 북한 핵·미사일 대응 차원에서도 중국과의 협력과 지지가 절실하다”면서도 “외교는 모든 요인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하나를 끝내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미국이랑 다 됐으니 이제는 중국이랑 하겠다는, 숙제하는 식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흥규 소장도 “외교는 마치 유기체처럼 하나의 생태계로 살아있는 연결된 공간”이라면서 “A를 마치고 B로 넘어가는 방식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원하는 결과를 얻기도 힘들다”고 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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