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 중대재해법 위반 1호 사건 재판 시작...혐의 인정

/사진=대한민국 법원

서울에서 처음으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건설사 대표가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근로자의 과실이 있어 모든 형사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은 가혹하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이종민 판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 은평구 소재 A건설사와 대표이사 이모씨에 대해 첫 공판 절차를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이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시인한다"고 밝혔다. 이 판사가 '피고인도 같은 의견 맞냐'고 묻자 이씨는 "맞다"고 했다.

다만 이씨 측은 근로자의 안전의무 위반 과실이 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이씨가 지는 것은 가혹하다고 했다.

변호인은 "근로자가 3층 환기구 페인트 작업 중 지하로 추락했는데 환기구 크기가 사람 상체 정도로 상당히 작아 다른 근로자들도 왜 사고가 났는지 의아해했다"며 "재해자도 사고날 것으로 전혀 생각지 않고 작업에 임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사업주 의무 위반 외에 재해자의 자기 안전 의무 위반 과실이 크기 때문에 형사상 책임을 모두 묻는 것은 가혹하다"고 했다.

앞서 이씨는 지난해 3월25일 근로자 B씨가 서초동 건물 신축공사 현장 지상 3층에서 페인트 작업을 하다 지하 4층으로 추락해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현장에는 추락 방호시설 등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경영책임자는 종사자의 재해예방에 필요한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책임을 이행해야 하지만 제효는 위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 절차를 하지 않았고 예산을 따로 편성하거나 용도에 맞게 집행되는지 관리하지 않았다"면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그 이행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아 종사자가 사망하는 중대 산업재해에 이르게 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을 오는 10월 17일로 지정하고 사고 당시 도장공정 반장으로 일하고 있던 사람에 대해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다영 기자 allze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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