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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교권 추락

"교사들 분노 물결 일으킨 비극"…외신도 주목한 韓 교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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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지난 4일 전국의 교사들이 곳곳에서 '공교육 멈춤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추모 행사 및 대규모 집회를 열며 한국의 교권 침해 실태를 외신이 조명했다.

중앙일보

지난 4일 오후 울산시 중구 울산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고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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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는 이날 '한국에서 교사의 자살로 인해 학부모들의 괴롭힘이 드러났다' (Teacher suicide exposes parent bullying in S Korea)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비극은 한국 전역의 초등학교 교사들로부터 분노의 물결을 일으켰다"며 "지난 6주간 수만 명의 교사들이 서울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이어 "(교사들이) 아동학대범으로 불리는 것이 두려워 학생들을 훈육하거나 싸우는 아이들 사이에 끼어들 수 없는 상황"이라며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된 이후 교실 내 폭력적인 아이들을 제지하는 것이 아동학대로 신고되고, 호되게 꾸짖는 일이 감정적 학대로 낙인 찍히고 있다"고 짚었다.

BBC는 "이런 문화를 부채질하는 배경에는 모든 것이 학업 성공에 달린 한국의 초경쟁 사회가 있다"라고도 진단했다. 한국 학생들이 "아주 어린 나이부터 언젠가 명문대에 들어가고자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통적으로 한국에서는 스승을 존경하는 강한 문화가 있었으나 국가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많은 부모가 고등교육을 받게 되면서 교사의 대우가 달라졌다는 점도 거론됐다. 김봉제 서울교대 교수는 BBC에 "교사를 업신여기는 일이 종종 일어나게 됐다는 뜻"이라며 "학부모들은 자신이 낸 세금으로 교사들에게 봉급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BC는 또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드라마 '더 글로리'의 선풍적 인기에 주목하면서 학생들 사이 괴롭힘과 폭력이 큰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교실만 무너져 내린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교육 시스템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지난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열린 ‘공교육 멈춤의 날’ 행사에서 참석한 교사들이 추모제를 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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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선진국에선 '타임아웃제'를 적용한다.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아이에 대해 단계적인 절차를 거쳐 주의를 주고 계속해서 그런 행위를 할 경우 다른 아이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교실 밖으로 분리한다. 다만 한국에선 학부모가 아이에게 모욕을 줬다며 정서적 아동학대로 몰거나 학습권이 침해됐다며 소송을 걸 수 있는 사안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17일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의 행정예고를 발표했고, 지난 1일부터 현장에서 적용한다고 밝혔다. 초·중·고 교원들은 수업권과 학습권 보장을 위해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 대해 '수업 시간 중 교실 내 다른 좌석으로 이동', '수업 시간 중 교실 내 지정된 위치로 분리', '수업 시간 중 교실 밖 지정된 장소로 분리', '정규수업 외 시간에 특정 장소로 분리' 등 4가지 조치를 할 수 있다. 수업 중 휴대전화를 지속 사용하면 압수할 수 있게 된다. 또 수업을 방해해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학생은 보호자에 인계될 수도 있다.

교육부는 물리적 제지의 경우 인권 침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교원과 학생 등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고시 해설서를 이달 중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다. 각급 학교는 다음 달 말까지 고시 내용에 따른 학칙 정비를 완료해야 한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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