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심리 여전하나 가격 영향 미미…"내수는 일부 감소" 우려
31일 부산공동어시장 경매 |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불안하죠. 그런데 제 거래처에는 아직 큰 변동은 없어요. 이렇게 그냥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한 지 8일째 되는 날인 31일 새벽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경매를 지켜보던 한 중도매인은 이렇게 말했다.
유통업자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수산물 경매를 대리하고 있는 이 중도매인은 "언론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뉴스는 뉴스일 뿐, 제가 느끼는 현장에는 그렇게 큰 변화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날 부산공동어시장 경매는 음력 보름인 '월명기' 전후여서 평소와 달리 소규모로 진행됐다.
월명기는 한 달 중 달이 가장 밝을 때로 바다에서 불빛으로 고기를 모으는 고등어 선단들이 조업을 쉬는 기간이다.
이 때문에 이날 어시장에는 쌍끌이 어선 1척이 잡아 온 대삼치와 오징어만 경매에 올려졌다.
대삼치는 이날 20㎏짜리 1상자에 11만5천원으로 평소 10만∼11만원보다 좋은 가격에 낙찰이 이뤄졌다.
이날 대삼치 경매에 참가한 한 중도매인은 "대삼치는 주로 수출용이라서 현재까지 가격에 큰 영향이 없다"면서 "요즘 대삼치 물량이 없었기 때문에 이날은 가격이 평소보다 좋다"고 말했다.
부산공동어시장 경매 |
오징어는 ㎏당 8천100원으로 낙찰됐다.
이는 지난해나 2021년보다는 가격이 좋은 것이고, 최근 며칠간 물량 증가로 가격이 소폭 하락한 것과 비교해서도 좋은 가격이 다.
오징어 경매에 참여했던 한 경매인은 "오늘 물건은 상태가 좋게 들여왔고, 씨알도 굵어 이 정도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면서 "현재 가격 결정이 물건의 좋고 나쁨에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고, 오염수 방류는 크게 고려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른 경매인은 "오염수가 국내에는 4∼5년 뒤에나 들어온다고 생각해서 미리 먹자는 수요가 있고, 수출에는 영향이 없어 아직은 그나마 괜찮은 게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하지만 오염수 관련 분위기라는 게 언제 돌아설지 모르니 불안감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이날 의견을 밝힌 중도매인들 대부분은 "아직은 괜찮다"고 답했지만, 거래처에 따라 체감하는 상황은 차이가 컸다.
위판된 오징어 |
수출과 내수를 다 한다는 한 경매 참가자는 "수출과 지방으로 공급되는 물량은 거의 그대로인데 수도권 상인들이 물량을 조금 줄이긴 줄였다"면서 "아직 다른 데서 받쳐주니 시세에 큰 영향은 없지만 상황이 조금 더 악화하면 영향이 표면화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경남 창원으로 물량을 공급한다는 한 유통업자도 "저희 쪽은 거래처에서도 아직 큰 변화는 없는데 수도권과 마트 쪽에서 줄였다는 소문은 저도 듣고 있다"면서 "오염수 영향이란 건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극제 부산공동어시장 대표는 "최근 지역 이름을 브랜드로 내걸어 수산물을 가공해 판매하는 곳에서 주문량을 20% 줄였다는 동향을 보고 받는 등 내수 쪽에서는 불안감이 여전한 상황"이면서 "저장·가공 분야에서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해, 예전보다 훨씬 품질이 좋은 수산물도 가격을 좋게 받지 못하고 있어서 가격 피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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