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연찬회 결의문 채택 |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29일 1박2일 일정의 정기국회 의원 연찬회와 워크숍을 각각 마무리했다. 정기국회 목표와 전략을 짜고 의정활동 방향을 정하는 자리로, 구체적으로 어떤 법을 만들고 고칠 것인지 논의하고 내부 이견이 있으면 이를 조율한다. 국정운영의 무한 책임을 진 여당과 정권을 감시, 견제하는 야당이 각자 본연의 역할에 부합하는 의정 공약과 비전을 내놓고 사전 평가까지 받는 자리라 할 수 있다. 이런 취지에 걸맞게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가 지속성장을 위한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 추진에 초점을 맞췄다. 의원들은 결의문에서 "올해 정기국회를 대안이 있는 국정감사와 민생 중심의 예산심사로 '국민을 위한 국회'로 만들겠다"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생산적 입법 활동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분명하게 제시하겠다"며 "'민생경제회복 패키지 법', '민주당의 사람중심 예산안과 정의로운 세법 개정'을 강력 추진해 국민의 삶을 민생으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구호 외치는 민주당 |
두 당은 한목소리로 민생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다짐했지만 벌써부터 회의적인 시선이 나온다. 선대위 발대식을 방불케 한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행사 내내 "총선 승리가 지상과제"라는 목소리가 컸던 탓이다. 여기에는 서로에 대해 회복하기 힘든 불신이 깔려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당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태에 있는 민주당이 국정운영 동력을 마비시키고 모든 현안마다 적반하장, 발목잡기, 내로남불을 반복할 것"이라며 "그런 만큼 정신을 바짝 차려야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경제, 외교 등 모든 부분에서 나라가 퇴보하고 국민의 삶이 바람 앞의 촛불 같다"며 "폭주하는 권력과 탈선 중인 국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현 정부를 '방향타가 고장 난 난파선'에 비유하기도 했다. 여야 할 것 없이 입으로는 민생을 부르짖으면서 정신은 온통 총선에 쏠려 있는 모습이다. 이번 정기국회도 지난해처럼 민생과 협치가 오간 데 없고 이념과 진영 대결이 그 자리를 메우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여야가 사생결단식 극한 대결을 벌이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긴 하나, 지금 나라 안팎의 형편은 정쟁이 사치로 여겨질 정도로 매우 엄중하다. 이달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한반도 안보 지형이 재편됐고 중국의 성장률 둔화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우리 경제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올들어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지만 경기침체 속에 가계부채가 다시 불어나면서 금융당국이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위태로운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여야가 공히 경제위기 극복을 최대 과제로 삼고 나선 것은 다행스럽다. 입법의 열쇠를 진 민주당은 "좋은 일자리 창출 등 저성장 경기침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경제 비전을 이끌어나가겠다"고 약속했고, 대통령실은 "협치를 가장 바라는 사람은 대통령일 것"이라며 "그(협치) 문제는 여야 간에 잘 풀어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야가 적어도 대화와 타협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여야가 싸울 땐 싸우더라도 민생 앞에선 하나가 되는 모습을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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