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뉴시스] 김종택 기자 =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22)이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3.08.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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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에 빠졌어도 그것(살인)이 잘못됐다는 판단능력은 있었기 때문에 감경 사유가 아니다."
'분당역 흉기난동' 사건의 장본인 최원종은 장기간 고립 상태에서 지내며 망상에 빠져 분당역 흉기난동 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정신적 치료를 권유한 부모님도 스토킹 조직에 매수된 것으로 여겼다고 한다. 최씨가 '심신미약'이 아니라고 판단한 검찰은 향후 재판에서 중형을 구형할 방침이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분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송정은 부장검사)은 29일 최씨에게 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 혐의를 적용해 이날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최원종은 지난 3일 분당 서현역에서 자동차로 사람을 치고 인근 백화점으로 들어가 흉기로 불특정 다수를 숨지게 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14명 중 차에 치인 60대와 20대 여성 2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수사팀은 대검찰청 통합심리분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5명의 자문을 거쳐 최원종이 '망상 상태'에 빠져 범행을 저질렀다고 결론지었다. 최원종은 범행 약 4일 전부터 망상 피해를 호소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중적으로 접속했다. 그는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았다. 대학 진학 후 자취를 시작하면서 부모님과도 거의 연락을 단절하고 지냈다.
검찰 관계자는 "고립된 생활을 하면서 인터넷에 매달렸다"며 "누군가 자신을 괴롭힌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는데, 실제 게시된 유사한 내용의 망상 글을 다수 보면서 '내 생각이 현실'이라는 확신을 세웠다"고 밝혔다.
최원종은 국내에 널리 퍼진 스토킹 조직이 본인을 감시한다고 생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 1일 부모를 찾아 본인이 힘들다고 말했고, 부친은 "병원 치료를 받아보자"고 권유했다. 오히려 최원종은 이 말을 듣고 '부모님마저 조직에 매수됐다.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착각해 범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다만 양친을 대상으로는 폭력적 행동을 하지 않았다.
지난 2일 오후 7시쯤 흉기 2개를 갖고 살인할 목적으로 분당 소재 백화점, 지하철 야탑·서현역·미금역과 열차 안에서 대기했지만 실행하지 않았다(살인예비). 그는 검찰 조사에서 "스토킹 세력을 발견하지 못해 멈췄다"고 밝혔다. 이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찾다가 다음날 서현역으로 가 범행에 착수했다.
최원종은 범행을 앞둔 지난달 하순 인터넷에 '심신미약 감경'을 한 차례 검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술 마시고 범행을 하면 감경될 수 있지 않을까 해 검색했다'고 진술했다"며 "그러나 최원종은 심신미약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최원종이 일정 수준 지능을 갖췄으며, 코인·주식투자, 프로그래밍을 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최원종이 범행 전 게임을 했지만 검찰은 "게임과 이 사건은 관계 없다"고 밝혔다.
최원종은 검찰 조사 막바지에 "나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었지만 이 같은 살인은 방법이 잘못된 것 같다"고 진술했다. 반성문은 내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망상 상태였어도 그것(살인)이 잘못됐다는 판단 능력은 있었기에 감경 사유가 아니다"라고 했다.
검찰은 "전담 수사팀이 공판을 전담해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해자·가족에 금전·심리적 지원을 다하면서, 직접 법정에 나와 진술할 수 있도록 '재판절차 진술권' 행사 방법을 안내할 예정이다.
성남(경기)=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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