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대신 '난임' 정착 이끈 박춘선 서울시의원
상당수 난임 시술 여성근로자
휴가 짧아 결국 치료 포기·퇴사
시술 때마다 3일 휴가 보장해야
난임휴가 모범기업에 세제혜택도
출산 의지 강한 가정지원 효과적
자신도 난임 경험···소통 나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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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17년간 320조 원을 쏟아붓고도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저출생 정책은 양적 팽창이었어요. 이제 질에 주목해야 합니다. 저는 난임 지원 확대에 답이 있다고 봅니다.”
박춘선(사진) 서울시의회 의원은 28일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난임 지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의 난임 지원을 받아 태어난 아기는 2018년 8973명에서 2019년 2만 6362명, 2020년 2만 8699명으로 증가 추세다. 전체 신생아 중 난임 시술 지원 신생아의 비율도 같은 기간 2.8%에서 10.6%까지 확대됐다. 합계출산율 0.78명의 초저출산 국가에서 출산을 원하지 않는 이들을 설득하기 어려운 만큼 출산 의사가 충분한 가정을 지원하는 사업은 훨씬 효과적이다. 박 시의원은 “난임 부부는 출산 의지와 간절함이 강한 집단이기 때문에 이들을 겨냥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7월 서울시의회 저출생 인구절벽 대응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된 그는 지난 20년간 난임 해결사로 활동해왔다. 부정적인 뜻을 내포한 ‘불임(不妊)’이라는 단어 대신 ‘난임(難妊)’이라는 단어를 보급했고 2006년 난임 시술비 지원 정책 도입, 2017년 난임 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실현되기까지 숱한 토론회에 참가하고 국회에 청원해왔다. 그 자신이 난임 당사자이기도 했다. ‘대통령·서울시장 집무실에 일일 출산율 현황판을 설치해주고 싶다’고 할 정도로 누구보다 난임 문제에 진심인 이유다.
박 시의원은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는 우선 과제 중 하나로 난임 치료 휴가 확대를 지목했다. 현행법상 난임 치료 휴가는 연간 3일이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난임 치료에서 연 3일은 결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 시의원은 시술 후 복통·피로 등 신체적 변화와 반복 시술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필요하다면 연 3일이 아닌 시술 때마다 3일 휴가를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난임 치료 중인 여성 임금노동자의 39.7%는 ‘더 이상 휴가가 남아 있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시술 과정에서 퇴사했다.
난임 휴가를 적극적으로 쓸 수 있는 조직 문화는 필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난임 치료 휴가 사용률은 21.3%에 불과하다. 박 시의원은 난임 부부가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난임 휴가제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기업에 정부가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서적 관리도 필요하다. 난임 시술 지원 확대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난임 부부의 심리 안정을 지원해줄 방안으로 박 시의원은 ‘난임 동료 상담사’라는 방안을 제시했다. 난임을 경험했거나 극복한 동료들이 일정 교육을 수료한 후 상담사 역할을 맡는다면 반복되는 실패와 압박감으로 우울증을 겪는 난임 당사자들이 의지할 네트워크가 구축될 것이라는 취지다.
박 시의원의 목표는 서울시를 ‘아이 낳는 데 장애물이 없는 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 3월 저출생 대책으로 난임 지원 확대를 발표했다.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 소득 기준을 폐지했고 35세 이상 산모에게는 기형아 검사비로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한다. 박 시의원은 “서울이 전국 최초로 난자 냉동 시술 비용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믿음에 따라 서울시의회 현장민원팀과 함께 현장에서 시민들과 난임 문제를 소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포부도 덧붙였다.
글·사진=정예지 기자 yeji@lifeju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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