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묘지사지' 발굴 조사 결과…중심 건물·부속 건물 등 총 3동 파악
13세기 온돌 온전한 형태 갖춰…"고려 건물 구조 이해할 중요 자료"
전(傳) 묘지사지 전경 |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고려가 몽골 침략에 맞서 수도를 강화도로 옮긴 뒤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유적에서 온돌을 갖춘 2층 건물 구조의 흔적이 확인됐다.
고려시대의 건물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는 고려시대 사찰 유적으로 알려진 전(傳) 강화 묘지사지(妙智寺址)에서 2층으로 지은 다락집 형태의 건물 구조를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전 묘지사지란 묘지사 절터로 전하는 유적이라는 의미다.
유구 현황도 |
역사서 '고려사'(高麗史)에 따르면 강화 묘지사는 고려 원종(재위 1259∼1274) 때인 1264년 왕이 마니산 참성단에서 초제(醮祭·무속신앙이나 도교에서 별을 향해 지내는 제사)를 지내기 전에 거처했던 사찰로 알려져 있다.
조사 결과, 묘지사 절터로 전하는 유적에서는 총 3동의 건물지가 확인됐다.
유적은 서쪽의 계곡부에서 아래쪽 평탄한 지대로 진입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고, 아래쪽 마당을 중심으로 북쪽과 동쪽에 건물지가 직각을 이루도록 배치한 구조였다.
중심 건물지 전경 |
건물터는 큰 규모의 중심 건물과 생활시설을 갖춘 부속 건물로 구분돼 있었다.
상단에 위치한 중심 건물은 경사 지형을 이용한 다락집 형태로, 위층에는 대규모의 난방시설을 갖춘 방과 다락처럼 높게 만든 누마루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건물의 난방 시설은 방 양쪽에 설치된 아궁이를 통해 들어온 열기가 방 전체를 'ㄷ'자 형태로 회전하면서 건물 북쪽으로 각각 빠져나가는 구조였으리라 추정된다.
중심 건물지 평면 현황 |
연구소는 "13세기 방 전체에 깔린 온돌의 온전한 형태를 갖춘 귀중한 자료"라며 "온돌방에 잇대어 누마루가 설치되고, 하부는 별도 공간으로 활용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 측은 누마루와 온돌을 모두 갖춘 다락집 형태에 주목하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런 다락집 구조는 지금까지 같은 시기 유적에서 확인된 사례가 없는 것으로, 고려시대 건물 구조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심 건물지 상층 온돌시설 근경 |
유적 아래쪽에 자리한 부속 건물터 2동에서는 아궁이와 부뚜막, 온돌 시설 등이 확인됐다.
연구소는 한 지붕 아래에 부엌과 온돌이 있는 여러 개의 공간으로 구분된 점을 볼 때 당시 생활공간으로 이용한 것으로 추정한다.
그간의 조사에서는 차를 가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맷돌, 벼루, 찻잔 등 다양한 종류의 도자 유물과 기와 등도 잇달아 나왔다.
하단 부속 건물지의 전경 |
연구소 측은 "전 묘지사지는 고급 청자와 차 문화를 향유한 상위 계층에 의해 강화도로 천도한 시기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이전까지 운영됐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29∼30일 이틀간 발굴 조사 현장에서 조사 성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현장 설명회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추후 국립문화재연구원 유튜브 채널(http://youtube.com/@nrichstory)에서도 공개한다.
부속 건물지의 부엌 칸 근경 |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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