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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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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논란→지자체 법적 갈등…'치악산' 개봉 전 몸살[스타in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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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 '치악산' 대상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

제목 변경·'치악산' 대사 삭제 요구…제작사 "어렵다"

누리꾼도 의견 분분…표현 자유vs지역 이미지 실추

이데일리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영화 ‘치악산’(감독 김선웅)을 둘러싼 제작사와 원주시의 갈등이 결국 법적 대응으로 치닫게 됐다. 오는 9월 개봉을 앞둔 ‘치악산’은 개봉 전부터 잇단 논란 및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개인적인 용도로 제작한 포스터가 공식 포스터 디자인으로 오인돼 잔혹성, 혐오 디자인 논란에 휩싸이는가 하면, 포스터 내용에 대한 해명이 끝난 후엔 강원도 원주시 측으로부터 제목 변경을 요구받는 갈등에 직면한 것. 급기야 원주시는 제작사가 영화 제목 변경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영화 상영을 막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황. 당장 오는 31일 언론배급시사회를 앞두고 있는 ‘치악산’이 무사히 영화를 상영해 극장 개봉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원주시는 지난 27일 “영화 ‘치악산’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상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유, 무형의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원주시는 ‘치악산’의 개봉 소식이 알려진 후 제작사와 2차례 회의를 갖고 영화의 제목 변경과 영화 속 ‘치악산’이란 대사가 등장하는 부분의 삭제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제작사가 영화의 제목을 변경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자 법적 대응이란 카드까지 꺼내든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25일 ‘치악산’의 제작사 도호엔터테인먼트는 “본의 아니게 원주시와 지역주민분들께 불편을 끼친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제작진은 지난 23~24일 양일간 원주시청 관계자분들을 찾아뵙고 원만한 해결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고 공식입장을 알린 바 있다.

제작사는 영화의 제목 변경과 본편 내에 등장하는 ‘치악산’을 언급하는 부분을 모두 삭제해달라는 원주시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에 대해 “그렇게 된다면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촬영해야 할 정도로 이야기의 연결이 맞지 않으며, 주요 출연 배우 중 한 명이 군 복무 중인 관계로 재촬영 역시 불가한 상황인 점 양해해 주십사 요청드렸다”고 설명했다.

‘영화 본편 내에 실제 지역과 사건이 무관하며 허구의 내용을 가공하였음을 고지해달라’는 원주시의 요청에 대해서는 “본편 내에 이미 ‘영화에서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 지명, 회사 및 단체 그 외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라는 문구가 기입되어 있는 점 안내했다”며 “다만 해당 문구가 영화가 끝난 후 엔딩크레딧 부분에 위치해 있어, 보다 많은 관객분들께 노출될 수 있도록 본편 상영 이후 바로 등장하도록 재편집을 진행하는 방향 역시 함께 고려 중”이라고 부연했다.

또 최근 감독의 개인 SNS 계정에 게시된 비공식 포스터가 유출돼 온라인에 확산된 상황에 대해서는 “원주시에서 가장 우려하시는 부분은 ‘토막 난 사체’가 포스터에 등장할 정도로 치악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잔혹하고 폭력적일 거라는 오해를 하고 계셨기에, 해당 부분에 대하여 심의 과정에서 ‘15세이상관람가’ 평가를 받은 점을 설명드리고 원주시 관계자분들과 지역주민분들을 위한 단체 시사회를 진행하여 오해를 해소하고자 제안드렸다”며 “아울러 이외에도 개봉 준비와 함께 원주시와 지역주민분들의 불안을 해소코자 다방면으로 홍보와 함께 충분한 설명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임을 전달드렸다”고 해명했다.

이데일리

영화 ‘치악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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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원주시는 이번 영화 개봉이 국가적 명산인 ‘치악산’에 대한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까봐 우려하는 입장이다. 치악산국립공원에 위치한 구룡사도 28일인 오늘 영화 개봉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이며, 원주시사회단체협의회, ‘치악산’ 브랜드를 사용하는 농축산, 관광업계에서도 조직적으로 반대운동에 동참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 개봉을 둘러싼 누리꾼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영화 상영에 앞서 영화의 내용이 허구임을 알리는 설명 문구가 있으면 되지 않나’, ‘영화의 개봉 및 상영 자체를 막는 것은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인 것은 물론, 관객들이 다양한 작품을 즐길 자유도 앗아가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는 누리꾼들이 있는가 하면, ‘지역 이미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치악산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 이미지로 활용하는 지역 사회 상인들은 무슨 죄인가’라고 지적하는 입장도 적지 않다.

영화 개봉을 둘러싼 제작사와 지역 사회의 갈등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개봉된 체험형 공포영화 ‘곤지암’은 경기 광주 곤지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했다가 지역사회와 갈등을 빚었다. ‘치악산’과 마찬가지로 상영금지가처분 신청까지 갔지만 ‘표현의 자유’에 손을 든 법원의 결정으로 기각됐다. 2016년 나홍진 감독 영화 ‘곡성’은 전남 곡성군의 요청에 따라 영화명에 실제 ‘지명’ 한자 대신 곡하는 소리라는 뜻을 담은 ‘哭聲’을 표기했다.

‘치악산’은 이에 앞서 개인적인 소장 목적으로 제작된 비공식 포스터 디자인이 온라인상에 확산돼 ‘잔혹성’, ‘혐오 포스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해당 포스터엔 토막이 난 시체의 이미지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다만 이는 김선웅 감독이 해외 슬래셔 및 공포 장르의 영화제를 겨냥해 개인적으로 만들었던 이미지 중 하나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선웅 감독은 이에 대해 “경로와는 무관하게 게시된 이미지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영화 ‘치악산’의 모티브가 된 온라인 괴담 ‘치악산 미스터리’가 실화인지 궁금해하는 반응도 많다. 오는 9월 13일 개봉 예정인 ‘치악산’은 1980년 치악산에서 열여덟 토막이 난 시체 10구가 발견됐다는 온라인상 괴담을 모티브로 했다. 경찰 측은 해당 사건을 실제로 접한 적이 없다,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치악산’은 40년 전, 의문의 토막 시체가 발견된 치악산에 방문한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 멤버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그린 리얼리티 호러물이다. 9월 13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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