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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홍범도 잠수함’, 박정희는 훈장…자가당착 윤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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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2021년 8월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처에 ‘독립전쟁 영웅’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을 알리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인 홍범도 장군(1868년 8월~1943년 10월)은 보수·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고 역대 정부가 항일 무장독립투쟁의 최고 지도자로 꼽으며 추앙해온 독립전쟁 영웅이다. 더구나 광복과 분단 이전인 1943년 숨진 홍 장군을 두고 국방부가 이제 와서 ‘공산주의 전력’ 운운하며 문제 삼으려는 것은 심각한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다.

평양에서 가난한 머슴의 아들로 태어난 홍범도 장군은 포수 생활을 하다 구한말 의병에 참여했다. 홍 장군은 1920년 간도 봉오동 골짜기에서 일본 월강추격대와 독립투쟁 최초의 전면전을 벌여 무장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을 승리를 거뒀다.

그는 1937년 소련 스탈린의 고려인 강제이주정책으로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이주해 말년에는 현지 극장 수위 등으로 일하다 1943년 순국했다.

국방부는 지난 26일 ‘소련 공산당 가입·활동 이력이 있는 홍 장군의 흉상을 공산주의와 싸우는 장교를 육성하는 기관에 두는 게 부적절하다’며 육군사관학교(육사)에 있는 홍 장군 흉상을 철거해 다른 곳으로 이전할 방침을 밝혔다. 1922년 당시 54살인 홍 장군은 소련 모스크바에서 열린 극동민족대회에서 당시 소련 지도자 레닌으로부터 권총 선물을 받았고 59살인 1927년에는 소련 공산당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 광복 2년 전인 1943년 사망한 홍 장군에게 남북 분단 이후 고착화된 ‘빨갱이 프레임’을 적용하는 게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받아들이거나 활용한 독립운동가들이 상당수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 9월 국방부가 만든 ‘독립전쟁과 홍범도’ 책자를 보면, “1922년 당시 54세의 홍범도는 조선독립군 대장 명의로 레닌을 면담”했다며 “홍범도는 ‘한국을 해방시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레닌에게 요청했다”고 적혀 있다. 사상적 측면에서도, 무산계급(식민지 조선)이 유산계급(제국주의 일본)을 타도하는 공산주의 계급혁명은 조선 독립투쟁과도 상통했다.

역대 보수 정부들도 홍 장군의 공적을 높이 기렸다.

박정희 정부는 홍 장군이 만주에서 독립군을 지휘하며 혁혁한 공적을 올린 것을 인정해 1962년 홍 장군에게 건국훈장(대통령장)을 추서했다. 1990년 한국-소련이 수교했을 때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홍 장군 유해 국내 봉환을 시도했다.

이후 역대 대통령이 30년 넘게 봉환에 노력했지만 홍 장군과 북한의 연고 때문에 진전이 없었다. 북한은 홍 장군 유해의 한국 봉환을 ‘조상 전례의 풍습을 무시한 반인륜적 행위’라고 비판하며 “(홍 장군 유해가) 고향인 평양에 안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8월15일 카자흐스탄 정부로부터 홍 장군 유해를 봉환받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했다. 항일무장투쟁의 상징으로 국민통합과 민족정기 선양에 기여한 점 등을 들어 건국훈장 최고 등급인 대한민국장도 수여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3월에는 7번째 214급 해군 잠수함(1800t급)의 이름을 ‘홍범도함’으로 정했다. 당시 해군은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으로 무장 독립운동을 펼친 홍범도 장군의 애국충정을 기리고, 국민 안보의식을 고취하기 위해”라고 밝혔다.

앞으로 육사에서 공산주의자란 이유로 홍 장군 흉상을 철거하면 잠수함 홍범도함 이름도 바꿔야 할 판이란 이야기가 군 안팎에서 나온다.

육사에 흉상이 설치된 독립운동가 5명(김좌진, 홍범도, 이회영, 이범석, 지청천) 가운데 4명은 공산주의 활동과 무관하다. 김좌진 장군은 1920년 만주에서 일본군을 무찌른 청산리 대첩을 이끌었고, 이회영 선생은 만주에서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독립군을 길러냈다. 이범석 장군은 청산리 대첩에서 활약하고 대한민국 초대 국무총리 겸 국방장관을 지냈고, 지청천 장군은 대한민국임시정부 광복군 총사령관으로 항일전을 수행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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