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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국가정체성’ 투쟁…그때그때 다른 여권의 ‘역사 바로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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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서 환호에 손들어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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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국가 정체성’ 투쟁이 곳곳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내치와 외치 등 국정 전체의 근거를 자유민주주의 대 공산전체주의 세력의 대결에 두고 정책과 메시지를 통일하는 모습이다. 색깔론이 대통령 입을 빌어 공적 영역으로 회귀했고 이념 잣대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식 ‘역사 바로세우기’도 구체화 단계에 들어갔다. 독립운동사에 대한 여권의 시각이 일관되지 않은 데다, 국정 공력을 이념 대결에 쏟으면서 ‘퇴행적 정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육군사관학교는 최근 독립운동가 5명의 흉상 철거·이전을 추진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과거사 투쟁에 다시 불을 댕겼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공산주의 활동 경력이 있는 사람의 흉상”이 포함됐다고 문제 삼아 1920년대에 소련공산당 활동을 한 홍범도 장군을 겨냥했다.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독립운동을 일제에 대항한 투쟁이 아닌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으로 한정하는 현 정부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윤 대통령은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지난 6월부터 국가 정체성 투쟁에 부쩍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6월 한국자유총연맹 창립기념행사에선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고 했고, 지난 25일 국민통합위원회 성과보고회에선 “오른쪽 날개는 앞으로 가려하고 왼쪽 날개는 뒤로 가려 하면 그 새는 떨어지게 돼 있다”고 이념 대결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발언은 ‘정치인 윤석열’이 강조해 온 ‘이념 정치 탈피’의 의미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현 야권을 “40~50년 전의 낡은 좌파 사회혁명 이론에 빠진 세력”, “낡은 이념에 사로잡힌 패거리 정치 세력”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집권 이후에는 윤 대통령 스스로 국가 정체성과 공산전체주의 척결을 적극적으로 호명해 이념 정치에 집중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야권의 정치 행태를 ‘이념 정치’로 틀 지으며 본인이 미래 세력임을 강조했지만, 이념 정치 폐기보다는 이를 활용한 대결 정치를 강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정부에서도 분단, 일본과의 해소되지 않은 과거사 현안 등이 얽혀 역사 논쟁이 반복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건국절 제정과 역사 국정 교과서 논쟁 등이 대표적이다. 논쟁의 와중에도 보수 정당에서는 독립운동사에 대한 이념을 떠난 재평가 흐름은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홍 장군 유해가 78년만에 카자흐스탄에서 국내로 귀환해 안장될 당시 거대 양당 대표가 모두 참석했고, 홍준표 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홍 장군 묘소에 참배했다. 2020년 윤주경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이 연 국회 토론회에선 “봉오동 전투, 청산리 전투에서 홍범도 장군이 이끄신 독립운동가들이 승리해 독립 의지를 세계 만방에 보였다”는 이종배 당시 정책위의장 평가가 나왔다.

윤석열 정부의 ‘독립운동사 다시쓰기’는 보수 정당의 이같은 흐름을 끊은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 주류가 이같은 시각을 답습하면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잣대를 적용한다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 광복절 국민의힘은 공식 논평에서 “지난 7월 윤석열 정부는 윤동주 지사, 장인환 의사, 홍범도 장군, 송몽규 지사 등 적(籍)이 없는 독립유공자 156명에 가족관계등록을 창설했다”며 “등록기준지가 ‘독립기념관로1’로 지정되어, 진정한 의미의 ‘대한국인이 되셨다”고 홍 장군 가족관계등록 창설을 정부 치적으로 띄운 바 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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