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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전쟁 중에도 사랑은 꽃 핀다. 배우 남궁민의 선택으로 기대를 모은 '연인', 전란에도 주체할 수 없는 멜로 감성을 극적으로 보여주며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최근 MBC 금토드라마 '연인'의 시청률이 말 그대로 껑충 뛰었다. 지난 18일과 19일 방송된 5, 6회에서 8%대(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주 방송된 4회까지 불과 5%대 시청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3%P 가까이 훌쩍 뛴 수치다.
'연인'을 향한 드라마 팬들의 주목도가 단 한 주만에 달라진 상황. 초반부 다소 느린 전개가 답답함을 자아냈으나, 4회가 지나며 천천히 진행되는 듯 했던 전개가 폭발력을 얻고 있다.
기본적으로 '연인'은 조선 중기 병자호란을 겪으며 엇갈리는 연인들의 사랑과 백성들의 생명력을 다룬 휴먼 역사 멜로 드라마다. 임진왜란을 시작으로 정유재란으로 이어진 두번의 왜란, 여기에 인조반정 그리고 다시 정묘호란을 거쳐 병자호란까지. 조선의 중기는 국운을 건 격동의 시기였다. 1592년 임진왜란부터 1636년 병자호란까지 불과 반세기도 걸리지 않은 시간에 쿠데타와 네 차례 전란에 휘말린 조선을 배경 삼아 펼쳐진 휴먼 멜로 사극이 '연인'이다.
'제왕의 딸 수백향' 등 무게감 있는 사극을 집필했던 황진영 작가는 느린 전개를 선택한 대신에 시대가 간직한 아픔을 등장인물들의 시각에서 자세히 풀어내는 데에 집중했다. 여기에 '검은 태양'으로 비장미를 보여줬던 김성용 감독이 사극에서도 폼을 유지했다. 그 결과 '연인'이 갖고 있던 비장함과 시대의 아픔이 얽혀 갈수록 힘을 더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직관적인 남여 주인공의 관계가 이해를 돕는다. 사실 대다수 시청자들에게 아무리 실존했던 역사라 하더라도, 400여 년 전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가 쉽게 와닿기 힘든 상황. 더욱이 가벼운 청춘물을 강조한 팩션 사극에 젖어있던 시청자들에게 무게감 있는 '연인'의 분위기는 더욱 어려웠다. 하지만 주연은 물론 조연까지 생생하게 피부로 와닿는 캐릭터들의 이야기와 이를 자연스럽게 그려낸 배우들의 연기가 4백년 전 전란의 위기감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비장함과 애틋함을 시청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그 중에서도 작품의 중심을 그리는 이장현(남궁민 분)과 유길채(안은진 분)의 멜로는 현대적인 멜로, 로맨틱 코미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위 '구원 서사'와 맞물리며 더욱 쉽게 와닿고 있다. 자신의 미모만 믿고 동네 총각들 마음을 홀리던 세상물정 모르는 '애기씨' 유길채, 그의 앞에 홀연히 나타나 첫눈에 반하게 만든 도령 이장현. 두 사람의 설정은 시기와 공간적 배경만 조선의 능군리일 뿐 인물들의 관계에 있어서는 현대의 로맨틱 코미디와 다를 바 없다.
특히 이장현은 여러 동네를 전전하던 뜨내기이자 동시에 오랑캐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고 무술도 출중한 아리송한 비밀을 간직한 남자다. 의병을 떠나는 동네 도령들과 달리 홀로 피난을 간다고 하면서도 능군리 사람들의 피난길을 돕고, 유길채가 위험에 처하자 목숨을 걸고 그 뒤를 지켜내고, 반드시 재회할 것을 약속한다. 진정 목숨을 다해 사랑하는 연인을 지켜내고야 마는 구원 서사가 '연인' 안에서 꿈틀대고 있다.
무엇보다도 남궁민과 안은진의 연기가 사극 멜로 '연인'의 몰입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짧은 시간 첫사랑 연준(이학주 분) 도령까지 있던 유길채가 이장현에게 시나브로 빠져드는 상황은 단순히 캐릭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을 필요로 한다. 이장현은 훤칠한 외모로 시선을 끈 뒤 어떤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능글맞게 대처하면서도 속내에는 타인을 위한 선택을 하고 자신의 희생을 감내하는 인물이다. 흡사 '연인'의 초반부는 '이장현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이 가운데 남궁민은 철부지 유길채 앞에서는 '썸' 같은 '섬' 타령을 하며 능글맞다가, 피난가는 사람들 뒤에서는 결연하고, 또 오랑캐들 앞에서는 매섭게 분노하는 자연스러운 완급조절과 감정변화를 보여준다. 그 안에는 '김과장'부터 '천원짜리 변호사'까지 전작에서 보여준 순간도, '스토브리그'에서의 감탄을 불러일으킨 말맛도, '검은태양'에서 입 벌어지는 액션도 존재한다. 대상 배우 남궁민이 걸어온 순간들이 '연인' 안에 묻어나오며 시청자들에게 살아남기 바쁜 병자호란 한복판에서도 이장현이라는 인물에게 빠질 수 밖에 없는 설득력을 부여한다.
더불어 안은진은 그 안에서도 독보적인 성장을 보여준다. 남자들 홀리며 스스로의 미모에 자아도취하기 바빴던 길채 아씨는 전쟁을 겪고 이장현의 충고를 누구보다 빠르게 습득하며 성장하는 인물이다. 철부지 같이 한없이 가벼워보였던 초반부 그의 모습이 회를 거듭할수록 무거운 극에 누구보다 처절하게 녹아들며 변모한다. 양반댁 규수였던 그가 강화도 피난길에서 살기 위해 자신이 탄 배에 들러붙는 다른 아낙네의 손을 은장도로 쳐내는 처절함은 잔인하리만치 살기 힘들었던 냉혹한 전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길채를 미워할 수 없는 것 또한, 철부지 애기씨가 살아남으려면 더 독해져야 가능했다는 서사가 안은진의 성장을 통해 설명된 덕분이다.
이처럼 움츠렸던 비장미와 진한 감성이 '연인'에서 본격적으로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제 막 시작된 오랑캐 병사들의 말발굽 아래에서도 서로를 향한 사랑으로 버티는 이장현과 유길채 즉, 남궁민과 안은진이 보여줄 연인의 모습은 어떨까. 첫 방송 이장현은 자신을 에워싼 조선 병사들의 앞에서 눈을 감으며 "들리는가 이 소리, 이 꽃소리"라며 유길채를 만났던 날 들었던 꽃소리를 떠올렸다. 패배와 비극이 예정된 전란의 소용돌이가 '연인'의 멜로에 애틋함을 갈수록 증폭시키고 있다. '연인'을 향한 시청자들의 앓는 소리가 흡사 극 중 피난민들의 곡소리처럼 퍼지는 중이다. / monamie@osen.co.kr
[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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