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 717.7조···가계대출의 41% 차지
1금융 줄고, 2금융은 '쑥'···2금융 대출, 금리 높고, 기간 짧아
자영업자대출, 코로나 전보다 50%↑···기타대출 비중 85.9%
최근 국내 가계부채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지만 주담대 이외 기타대출에서도 부채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 주택 이외 담보대출을 비롯해 신용대출, 보증대출 등은 담보가 없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아 주담대 차주보다 상환 부담이 크다.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보험·카드·캐피털 등 금융회사에서도 대출이 늘고 있어 부실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 잔액은 717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로는 4조원 줄었다. 기타대출은 토지·예적금·상업용 부동산 등 주택 이외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보증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가계부채(1748조9000억원)에서 41%를 차지하고 있는 기타대출은 그동안 금리 인상기를 겪으면서 높은 대출금리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영향을 받아 둔화 흐름을 나타냈다.
문제는 부채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타대출은 지난 1분기 15조5000억원 감소했으나 2분기에는 4조원 감소하는 데 그치면서 감소 폭이 10조원 이상에 달했다. 예금은행(-1조7000억원)과 비은행예금취급기관(-4조4000억원)에서는 감소했지만 기타금융기관(2조2000억원)에서는 2분기 연속으로 증가했다.
기타금융기관은 보험·카드·캐피털·증권·대부업 등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2금융권이 중심이다. 주담대는 만기가 최대 50년에 달하는 등 대출 기간이 길고 최근 주담대 증가세 역시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은행권이 더욱 컸다. 하지만 기타대출은 상대적으로 대출 기간이 짧고 2금융권 중심인 대출금리도 절대적으로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타대출이 추세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관측은 아직 이르다"면서도 "최근 건전성 악화 상황을 돌아볼 때 기타대출 증가세, 그중에서도 보험사나 여신전문회사 등이 포함된 기타금융기관 대출이 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부채 중 가장 위험한 부채로 꼽히는 자영업자대출 역시 가계부채 급증 우려와 맞물려 있다. 자영업자대출은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한 차주를 자영업자로 식별하고 이들이 보유한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합산한 것이다. 즉, 자영업자대출 변화 추이에 따라 가계대출 흐름도 파악할 수 있는데 자영업자대출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원으로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말(684조9000억원)과 비교해 50.9% 급증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코로나 충격에서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를 연장했으나 올해 9월부터 금융당국 지원 조치가 종료된다. 자영업자 가계대출(353조5000억원)은 전체 자영업자대출 가운데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자영업자 대출 유형 비중에서 주담대를 제외한 대출 비중은 85.9%에 달했다. 즉, 자영업자 채무조정 지원이 종료되면 당장 가계의 기타대출 부실 우려가 가시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가 늘어날 때 부채 규모·속도와 더불어 어떤 금융권에서 발생하는지, 금리 수준이 어떻게 되는지, 대출금리가 고정인지 변동인지 등 부채의 질도 함께 봐야 한다"면서 "전반적인 거시경제의 부채 수준은 1금융권을 중심으로 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2금융권 대출에서는 문제가 작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주경제=박성준 기자 psj@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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