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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일)

이슈 교권 추락

학부모 단순 민원은 AI 챗봇이…교권보호 목적 종합대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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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교육공동체 권리·의무 조례’ 제정 추진

한겨레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교권회복 및 보호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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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각 시·도의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유도한다. 학생인권조례 대신 학생·학부모·교사의 책임과 권리를 모두 규정한 가칭 ‘교육공동체 권리·의무 조례’ 예시안을 만들어 확산시킬 계획인데, 학생 인권 보장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영역에 개입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교권회복 및 보호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와 국회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공청회를 열고 이 방안의 시안을 공개했는데 최종안이 확정된 것이다. 이 부총리는 “지난 7월 교내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선생님 사안 등으로 촉발된 교권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따라 종합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먼저 교권과 학생 인권의 균형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소지품 분리·보관, 수업 방해 학생의 교실 밖 분리 등이 가능하다고 정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이 마련됐는데, 교육부는 이런 내용과 학생인권조례가 상충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고시에 따라 학생이 수업 중 휴대폰을 사용하면 교사가 2회 주의를 준 뒤 분리·보관할 수 있는데, 이 조처가 학생인권조례의 ‘사생활의 자유’ 조항과 충돌한다는 것이다. ‘차별받지 않을 권리’ 조항은 칭찬도 차별로 인식해 효과적 수업이 어렵고 ‘휴식권’은 수업 중 잠자는 학생에 대한 지도를 곤란하게 해 고시안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이에 교육부는 교육청이 조례 개정 권한을 가진 지방의회와 협의해 고시안과 맞지 않는 조항을 손 보고 학생 책무 조항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하도록 지원키로 했다. 나아가 학생인권조례를 대체할 ‘교육공동체 권리·의무 조례’ 예시안을 만든 뒤 각 교육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고영종 교육부 책임교육지원관은 “학생, 학부모, 교원 등 교육 3주체의 권리와 책임을 균형적으로 보장하는 조례를 만들어서 교육청에 제공하고자 한다”며 “하나의 예시일 뿐 제정 권한은 지자체에 있다”고 말했다.

민원 대응 체계는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 등 기관 중심으로 개선된다. 우선 2학기부터 학교장 책임 아래 교감, 행정실장, 교육공무직 등 5명 안팎으로 이뤄진 민원대응팀을 시범 운영하고 2024년 본격 도입한다. 교사는 개인 휴대폰을 통한 민원에 응대하지 않을 수 있고 교육활동과 무관한 민원도 거부할 수 있다. 단순·반복적인 민원은 인공지능(AI) 챗봇 등으로 자동 또는 비대면 처리된다. 교육지원청에도 교육장 직속의 통합민원팀을 설치해 학교에서 이관된 민원을 처리하도록 한다.

시안에서 공개한 대책도 대부분 확정됐다.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 범죄와 구분하고 수사기관 등이 아동학대 관련 조사·수사 개시 전 교육청의 의견을 의무적으로 청취토록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학교교권보호위원회는 피해 교사가 요청할 경우 열리며 학교장에게 교육활동 침해 사안을 은폐·축소하지 않을 의무를 부여한다. 학교장이 사안을 축소·은폐하면 교육감이 징계할 수 있다. 학급 교체·전학·퇴학 등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 조치사항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선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여야 이견이 커 전망은 불투명하다.

교육계에서는 부작용 우려가 큰 논란의 대책들이 종합방안에 그대로 포함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두고 김영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교육·청소년위원회 변호사는 “수업 중 휴대폰 사용을 규제하지 못한다는 등의 문제는 학생인권조례 속 일부 조항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라 조례를 왜곡한 사례들”이라며 “왜곡된 사례를 이유로 학생인권조례를 불합리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분명한 오류”라고 말했다. 이진영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여러 주체의 다양한 권리와 의무를 하나의 조례 안에 뭉뚱그려 놓으면 구체적 보장이 어렵고 선언적 의미에 그칠 수 있다”며 “또 조례는 지방자치의 영역인데 중앙에서 예시안을 만들어 제시하는 방식은 문제적”이라고 말했다.

민원대응팀 운영 방안을 놓고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게 제기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대로면 학교에선 ‘모든 민원인, 모든 전화는 민원대응팀’이라는 규칙이 강요될 것이고, 모든 1차 민원의 고통은 교육공무직으로 일원화될 수 있다”며 “다른 직종의 악성민원 고충을 이렇게 외면해도 된단 말이냐”고 비판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학교 안 약자에게 ‘악성민원 몰아주기’ 형태가 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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