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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기른 정'의 숭고함을 어느 때보다 잘 아는 시대, '요즘 사람들'의 담백한 가족애에 대한 보고서. '남남'이 유종의 미를 거두며 막을 내렸다.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남남'(극본 민선애, 연출 이민우)이 지난 22일 방송된 12회(최종회)로 막을 내렸다. 엄마 은미(전혜진 분)는 어린 시절 홀로 낳아 키워온 딸 진희(최수영 분)를 해외 여행을 보내며 독립을 받아들였고, 진희 또한 혼자 순례길 여행을 떠나는 은미를 향해 "엄마가 알아서 하는 거야"라고 당부하며 보내줬다. 조금 더 남남이 되고 싶은 모녀의 담백한 인사. 빈 둥지 증후군이라고는 모를 것 같은 이들의 풍경이 오히려 서로에 대한 굳은 신뢰를 보여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남남'은 철부지 엄마 은미와 쿨한 딸 진희, 가족이라기 보다는 남남에 가까운 전혀 다른 성향의 두 모녀가 보여주는 대환장 한 집 살이와 로맨스를 담은 드라마다. 어린 날 홀로 딸을 낳아 키운 싱글맘 은미와 그런 엄마의 보호자 노릇을 하는 게 버거워진 딸 진희. 때로는 친구 같지만 때로는 원수보다 미운 애증의 모녀 관계가 '남남'에서 세상 담백하고 코믹하게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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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남남' 같은 혹은 남남이 되고 싶은 특별한 모녀 은미와 진희의 관계성은 '엄마 같지 않은 엄마' 은미에서 출발했다. 은미는 고등학생 시절 홀로 딸 진희를 낳고 싱글맘이 되며 남들과는 조금 다른 인생을 살게 됐다. 성년이 채 되지 못한 나이에 하루 아침에 엄마가 된 그이지만, 은미는 스스로를 '엄마'에 가두지 않았다. 딸과 함께 다니면 모녀가 아닌 자매로 볼 정도로 동안인 은미. 그의 외모는 단지 '고딩 엄마'임을 보여주는 것 뿐만 아니라, 싱글맘이자 워킹맘으로 장성한 딸을 키워내는 시간에도 젊음의 생동감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냈다. 걸그룹 춤을 자연스럽게 따라 추고, 바닷가에서 헌팅도 마다하지 않는 은미는 누구보다 스스로의 욕구에 솔직하고 자유로웠다.
그렇다고 은미가 보호자이자 양육자로서 실격이었냐 하면, 또 아니다. 철부지 같기는 해도 은미는 진희의 엄마였고 동시에 '어른'이었다. 힘들고 부족했지만 나름 양육의 의무를 다 했고 무엇보다 그는 성희롱하는 진상 환자나 가정폭력범 같은 불의의 존재 앞에 조금도 참지 않고 분노를 일갈했다. 극적인 재미를 위한 사이다 장치이자 동시에 제대로 된 어른의 풍모였다. 개인의 욕망도 지키며 엄마이자 어른으로서의 기능도 충실한 은미는 조금은 판타지 같지만 현실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았고, 나아가 시청자들이 되고 싶고 갖고 싶은 엄마의 이미지로 사랑받았다. 전혜진의 찰떡 같은 연기와 든든한 '언니' 이미지가 매력을 살렸음은 물론이다.
최수영이 연기한 진희 역시 담백하다 못해 쿨한 딸로 현실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공감받았다. 엄마를 닮아 할 말 다 하는 성격 탓에 좌천된 순경 진희는 혼자인 엄마의 보호자 역할까지 해야 하는 순간들이 조금은 버겁다. 아무리 딸이고 경찰이라고 해도, 범죄를 목격하고 이를 돕다가 범인의 표적이 되는 엄마 은미를 지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 그렇지만 진희는 자신의 존재로 미성년자 싱글맘이 됐던 은미의 인생에 죄책감을 갖고 있다. "내가 나라서 엄마한테 얼마나 미안해 하면서 살았는데"라고 고백했을 정도로. 누구보다 엄마의 삶보다 개인, 여성으로서의 삶을 갈망하고 우위에 두는 사람들에게 진희의 고백은 모든 딸과 자식들의 부채감이자 한번 쯤 생각해본 원죄나 다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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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기만 한다고 가족이냐?". 인간으로 태어나 가장 먼저 마주하는 사회 관계이자 혈연을 통해 생득적으로 이어졌다는 부모 자식 관계에 대해 최근 대중의 시각은 다소 부정적이다. 극심한 산후우울증 육아우울증을 앓거나 심지어 자식을 유기하는 파렴치한까지 있는 것을 보면 모성도 부성도 천부적이지 않으며, 주양육자와 보호자로서 충분히 기능하는 일조차 이제는 쉽지 않은 듯 보인다. 마찬가지로 부모 살인 같은 친족 범죄가 만연해지는 세태에 자식 역시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낼 때에 보호받을 자격이 있다거나 혹은, 성년이 되는 순간 부모의 역할은 끝난다는 시각도 지배적이 됐다. 성년이 돼서도, 취직을 해서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루면서도 부모, 자식 사이의 특정 역할과 관계를 기대해온 전통적인 한국의 가치관과는 다른 풍토다.
더욱이 이는 단지 속칭 '꼰대' 어른들의 말마따나 세상이 말세라거나, 은미가 겪은 일처럼 하루 아침에 벼락처럼 찾아오는 변화 때문은 아니다. 이혼이 자연스러운 일이 됐고, 졸혼이라는 개념까지 생겨났으며 유학 혹은 직업 등 다양한 이유로 떨어져 사는 가족들도 비일비재해졌다. 한 집에 사는 가족들끼리 매 끼니 같이 먹는 일마저 흔치 않은 데다 1인 가구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마당에 더 이상 혈연이 가족을 존속하는 이유가 아닌 것이다. '남남'은 이러한 풍토를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했고 무엇보다도 앞서 언급한 은미와 진희의 캐릭터 플레이를 통해 이를 불편하지 않게 오히려 유쾌하게 풀어내며 호평받았다.
그렇기에 은미가 진희의 생물학적 친부인 박진홍(안재욱 분)과 재회했고 서로에 대한 감정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도 "우리 딸이 아니라 '내 딸'"이라고 당당하게 선을 그은 장면은 더더욱 '남남'의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진홍은 '배드 파파'도 아니었고 진희의 존재를 몰랐을 뿐더러 그 존재를 알고는 다가가고 싶어 하지만 은미나 진희에게 있어 그의 존재나 '핏줄'을 내세우는 진홍 부모의 존재는 결코 달갑지 않다. 진홍의 부모부터 진희는 혈연으로는 삼대이지만 가족간의 유대감을 생각하면 어떤 접점도 없는 말 그대로 '남남'일 뿐이다. 이들의 불쾌한 조우는 '남남'에 열광하는 시청자들의 가족관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물론 혈연보다는 담백하고 동시에 관계를 위한 '노력' 자체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반대로 여전히 모성은 천부적이고, 가족이란 혈연에 근거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존재하는 바. 이들 모두에게 '남남'은 꽤나 파격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낳기만 한다고 부모 자식이 아니며, 설령 낳고 기른 관계여도 부모와 자식이 마냥 끈끈한 것은 아닐 수 있다고. 동시에 그런 가족이라도 가족해체적인 것은 아니며 어떤 가족의 형태도 존재할 수 있다고 지평을 넓혀줬다. 그 덕분일까. '남남'은 마지막 회에서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으로 5.5%의 가구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조금 담백하고 덜 끈끈했을지 몰라도 충분히 인간적이고 사랑스러웠던 드라마, '남남'이다. / monamie@osen.co.kr
[사진] KT스튜디오 지니, 지니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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