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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한 번도 반대한 적 없는 윤석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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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시기 결정에 대한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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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그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방침에 한 번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일본에 시찰단을 보내는 등 방류 위험성을 자체적으로 점검했지만 과학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국민 다수의 반대 여론을 외면한 채 일본 정부의 방류 계획에 사실상 동조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22일 일본 정부의 ‘오는 24일 오염수 방류 시작’ 결정에 대해 “오염수 방류에 계획상의 과학적·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도 “오염수 방류를 찬성 또는 지지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줄곧 방류에 사실상 찬성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해양 방류 결정은 일본의 주권 사항이며 권위 있는 국제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에 문제 없다’는 검증 결과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자체 검증 움직임은 일본의 방류 결정을 정당화하는 들러리로 활용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지난 5월7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이 본격적인 발단이 됐다. 윤 대통령은 당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며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요구를 고려한 의미 있는 조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이끄는 정부 시찰단이 지난 5월21~26일 일본을 방문해 원전 방류 시설 등 현장 상황을 둘러봤다. 객관적 검증을 위해 시찰단에 민간 전문가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정부의 소극적 태도와 일본 정부의 반대로 무산되는 등 시찰 투명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IAEA가 지난달 4일 일본 정부에 오염수 방류 계획이 안전하다는 최종보고서를 전달하며 방류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당시 정부는 “IAEA가 국제적으로 합의된 권위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결론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정부는 IAEA 최종보고서 발표 3일 뒤인 지난달 7일 자체 과학·기술적 검증 결과를 발표하며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에 힘을 실었다. 정부는 일본의 방류 계획이 “IAEA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방류에 사실상 찬성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초읽기에 돌입한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자 윤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에게 방류 전 과정 모니터링 정보 실시간 공유 등 세 가지 조치를 요청했다. 기시다 총리는 그 자리에서 윤 대통령 요구에 답하지 않았다. 이후 양국 정부가 윤 대통령 요청 사안을 논의하는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IAEA 점검 결과를 신뢰하고 있다”며 방류가 계획대로 처리되는지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윤 대통령이 오염수 방류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이 고도화된 북핵 위협에 맞선다는 등의 안보적 논리를 앞세워 한·미·일 군사협력을 급속도로 강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본과 전격적인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대가로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와 오염수 방류 문제를 양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오염수 방류 설비 시운전이 시작된 직후인 지난 6월15일부터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겠다며 매일 방류 관련 브리핑을 열었다. 한국 정부가 방류와 관련해 주도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방류 계획을 대신 전달하는 데 그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해양 방류 방식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던 지난 6월 “현재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일본 정부를 두둔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에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아 온 정부는 오히려 국민적 우려와 반대 주장에 대해 “괴담”이라고 강하게 대응해왔다. 정부는 “국민들의 우려와 불안감을 괴담으로 치부한 적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IAEA 검증과 과학이라는 잣대를 내세우는 것만으로는 국민적 불안을 달래기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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