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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 전 콜레라 유행에 ‘사회적 거리두기’…코로나19 예방법과 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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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시기인 1902년 관립의학교에서 발행한 '호열자병예방주의서'. 사진 음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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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열자병예방주의서’ 국가등록문화재 등록



120년 전 대한제국에서 발행한 콜레라 예방 의학서에 지금과 비슷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예방법으로 소개된 것으로 나왔다.

22일 충북 음성군에 따르면 대소면 한독의약박물관에 소장된 ‘호열자병예방주의서’가 지난 10일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이 의학서는 대한제국이 1899년에 설립한 관립의학교에서 1902년 간행한 책으로, 콜레라 전염과 유행 형태, 예방법, 환자 관리, 소독 방법을 간략하게 적은 근대 서약의학 기반 전염병 예방서다.

호열자는 콜레라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전염병인 콜레라를 말한다. 한국 의학과 서지학 발전에 기여한 고 김두종 박사(1896~1988)가 기증한 자료다. 김 박사는 1947년 대한의사학회 창립을 주도하고 1954년 한국 의학사의 고전인『한국의학사』를 저술했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와 숙명여대 총장 등을 지냈다.

한독의약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책이 유일본(有一本)으로 희소성 측면에서 보존가치를 인정받았다. 음성군 관계자는 “호열자병예방주의서는 대한제국기 공중보건 지식 도입 과정과 전염병 방역 활동을 볼 수 있어 의학사적으로도 중요성을 지닌 문화유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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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군 공장 견학 프로그램 '팩토리 투어' 코스인 의약 관련 유물이 전시돼 있는 한독의약박물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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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콜레라 창궐로 2만2000명 사망 추정



호열자병예방주의서는 모두 9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콜레라 예방법은 7장으로 콜레라균, 인체 침입 경유, 인체의 자연 방위, 콜레라 유행, 일반예방법, 개인예방법 등으로 구성됐다. 나머지 2장은 환자 관리와 소독법을 다루고 있다. 정확한 저자와 사용 실적, 발행 부수와 판본은 밝혀지지 않았다.

콜레라에 걸린 환자는 급성 설사와 탈수가 빠르게 진행되며, 심각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조선시대엔 평안 감사 김이교에 보고한 것을 시작으로 1821년 처음 알려졌다. 당시 평안도와 황해도를 시작으로 서울과 경기도·강원도·전라도에 퍼졌다. 전국적으로 2만20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호열자병예방주의서에는 콜레라균 서식에 적합한 환경과 취약점이 기록됐다. 콜레라균이 물과 고기류·야채 등에 침투하면 수일간 생존하기 때문에 음식물 섭취에 주의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콜레라균이 건조한 상태, 55도 열을 가한 상태, 산성류와 소독약 등에 취약하다고 설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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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시기인 1902년 관립의학교에서 발행한 '호열자병예방주의서' 앞 표지. 사진 음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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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씻기, 사람 많은 곳 피하기” 예방법 소개



기록을 보면 대한제국 콜레라 방역과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은 비슷한 점이 많다. 선박·기차 등 운송수단 검역은 현재 출입국 검역과 같은 개념으로 추정한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콜레라 유행지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은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집합 금지와 같다.

일상에서 면역력 증진을 높이기 위해 “심신의 과로를 피하고, 적절한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 지금의 방역복과 같은 뜻의 ‘피병의(避病衣)’ 착용도 언급됐다. 예방서에는 “환자를 접할 때 피병의를 입고 얼굴을 가리며, 일을 마친 후에는 손을 소독하고 목욕을 통해 몸을 청결히 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격리병원과 소독소를 설치해 환자를 수용한다. 환자가 발생하면 전문인력이 적절한 환자 관리와 소독법을 시행해 병의 전파를 막아야 한다”는 내용은 코로나19 확산 시기 전담병원 설치와 전문 의료인력 배치와 비슷한 개념이다. 한독의약박물관 권옥희 학예연구사는 “의학서가 박물관 수장고에 양호한 상태로 보존돼 있다”며 “원문을 번역해 보면 대한제국 시대에도 현재 코로나19 방역 지침과 유사한 점이 많다”며 고 말했다.

음성=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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