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회의 직후 아프리카서 세 다지기,
왕이 부장은 동남아 이어 이란과 관계강화…
바이든은 일대일로 시작점 베트남 내달 찾아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베이징에서 새로 선출된 중국 공산당 청년동맹(CYLC) 중앙위원회 지도부를 만나 발언하고 있다. 2023.06.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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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대일로( 一帶一路, 신실크로드전략)를 다시 다진다. 직접 아프리카를 찾는 데 이어 왕이 외교부장을 통해 동남아와 중동에서도 세를 재확인하고 있다. 한미일 3국 정상이 모여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껏 높인 상황이다. 연말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와 일대일로 포럼을 앞두고 국제사회 고립을 탈피하는 한편, 시 주석 본인의 대표 철학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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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왕이 잇따라 서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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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한 학생이 중국 경극 분장을 하고 공연하는 모습./사진=환구시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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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시 주석이 21~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15차 브릭스(BRICS, 중국·브라질·러시아·인도·남아공) 정상회의에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초청으로 국빈방문한다고 21일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이번 시 주석의 방문에 대해 브릭스는 물론 아프리카와 중국의 관계가 강화하는 계기가 될 거라고 무겁게 의미부여했다. 남아공 언론 '인디펜던트 온라인'을 인용해 "남아공은 브릭스 및 중앙아프리카 협력 포럼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중국과의 기존 관계를 계속 공고히 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9년 이후 처음 대면으로 진행되는 이번 브릭스 회의엔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국가지도자들이 참석키로 해, 브릭스의 리더 격인 중국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남아공 경제분쟁, 중국-인도 간 분쟁 등 다양한 화두를 다룰 중요한 회의다.
특히 중국 입장에서 아프리카는 일대일로의 중요한 지리적, 전략적 거점이다. 중국 본토와 에너지 공급원인 중동을 잇는 바닷길의 핵심이자 주요 시장 중 하나인 유럽으로 닿는 통로다. 시 주석은 정상회의 이후 중국-아프리카 국가 지도자 대화를 라마포사 대통령과 공동으로 주관,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측근인 왕이 외교부장의 행보도 의미심장하다. 지난 11일 복귀 후 첫 순방 대상으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아세안 3국(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선택했다. 안마당이자 일대일로의 출발점 격인 동남아에서 미국 등과의 외교전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왕 부장은 또 20일 이란 아미르 압둘라히안 외무장관과 전화통화하고 지난 2월 있었던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의미를 되새겼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이란은 중국의 가장 중요한 해외 에너지 공급원 중 하나다. 정상회담과 외교장관 간 통화를 통해 오간 두 나라 간 합의사항을 보면 양국의 친밀도가 엿보인다. 이란은 중국과 협력해 외부 간섭에 공동으로 반대, 저항하기로 했다. 동시에 중국은 이란 핵 문제에 대해 이란을 포함한 모든 당사자들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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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일대일로, 다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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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제5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자이르 보우소나루 당시 브라질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2019.11.14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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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통해 서방 국제사회가 중국에 대한 압박을 한껏 강화하는 상황이다. 3국은 그간 직접적으로 건드리지 않았던 대만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중국을 강하게 자극했고, 중국은 대대적인 군사훈련을 통해 대만해협을 가로지르며 강하게 반발했다.
11월로 예정된 APEC을 앞두고 G2(주요 2개국·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시 주석이 일대일로 다지기에 나선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내달 베트남을 직접 방문키로 했다. 베트남은 일대일로의 시작점이면서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나라다. 시 주석으로서는 목 밑을 찔리는 느낌일 수밖에 없다. 미중간에 일대일로를 둘러싼 불꽃 외교전이 벌어질 조짐이 보인다.
일대일로는 중국을 기점으로 서쪽으로 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일대), 또 동남아-아프리카-유럽을 잇는 해상실크로드(일로)를 합친 개념이다. 시 주석으로서는 자존심이 걸린 구호이자, 중국이 미국을 꺾고 G1으로 가는 데 꼭 필요한 네트워크다. 미국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에너지 공급망과 수출입망을 확보하지 않고 내수에만 의존해서는 미국을 꺾을 수 없다는 게 중국의 생각이다.
중국의 고민은 이 일대일로가 최근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이 연달아 일대일로 불참을 선언하고 있다. 미중 관계가 악화할수록 미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서방 국가들의 이탈은 빨라질 수밖에 없다. 시 주석이 각별히 신경을 써서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10월 '3차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하는 국가의 숫자도 예상 대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대일로 포럼에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물론이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일대일로에 동참했던 그리스와 체코 정상도 불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WSJ는 "유럽은 오히려 아프리카와 남미 등에 3000억유로(약 421조원)를 투자하는 유럽판 일대일로인 '글로벌 게이트웨이' 전략에 더 공을 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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