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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박근혜와 '국방색'...내년 총선 앞두고 얼마나 입을까? [와이즈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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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 취임식

카키색(khaki)은 엄밀히 말하면 '국방색'이 아니다. 미국이나 영국에선 황록색이나 황갈색에 가깝다. 그래도 우리는 카키색을 보통 국방색으로 인식한다. '밀리터리룩' 곧 군복 이미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2월 취임식 때 입은 의상도 카키색 그러니까 국방색이었다.

고 육영수 여사를 연상시키는 올림머리에 군복 이미지인 카키색 겉옷. 박 전 대통령의 취임식 복장은 노년층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군 최고 통수권자로서의 강인함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영부인 의상 디자인을 맡았던 김정숙 씨는 취임식 당시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서민적이면서 남성적인 일관된 스타일을 선호한다"면서 "이번에도 1970년대 정서가 묻어나는 스타일로 안정적이고 믿음직한 이미지를 연출한 듯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의상과 소품을 통해 다양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취임식 당일 국립 현충원 참배 때는 패딩 점퍼와 바지·구두 모두 검은색이었고 이후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는 카키색 겉옷, 이어 광화문 '희망 복주머니' 개봉 행사에선 금색 꽃무늬 장식을 수 놓은 붉은색 두루마기를 입었다. 색은 다르지만 모두 최고 권력자로서의 위엄을 드러내 보고 싶은 의도가 엿보인다.

장면2 : 지지율 추락 위기

2년 뒤 박 전 대통령은 다시 카키색으로 돌아왔다. 취임식 때와 같았다. 탄핵 정국 훨씬 전이었는데 이때부터 위기는 시작됐다. 지지율이 추락하고 국정 동력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비서실장도 없어 당시 청와대는 어수선했다.

취임 2주년이자 집권 3년 차 첫날인 2015년 2월 25일. 박 전 대통령은 비서실장이 없는 청와대 직원 조회에 직접 참석했다. 직원들은 모두 일렬로 도열했다. 무엇보다 내부 기강을 확립하는 게 급선무였을 것이다. 이럴 때 그에게 카키색만 한 이미지는 없었다. 당시 박 전 대통령 말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청와대 자체가 국정운영을 위한 태스크포스(TF)라는 그런 마음으로 혼연일체가 돼 함께 일을 해달라" "한 사람의 실수나 일탈행위가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고 기강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유념해 주기를 바란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로부터 몇 달 전 세계일보가 '정윤회 국정 개입 감찰보고서'를 보도하면서 박 전 대통령 주변 권력 암투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 등의 일탈 행위로 벌어졌다고 판단하고 청와대 기강 잡기에 나선 것이다. 카키색 코트와 청와대 직원들의 도열. 당시 분위기를 전하는 상징적 이미지다.

장면3 : 총선 8개월 앞둔 박정희 생가 방문

최근에 또 카키색 옷을 입었다. 박 전 대통령은 광복절인 지난 15일 경북 구미를 찾아 부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했다. 모친인 고 육영수 여사의 49주기를 맞아 추모관을 방문해 분향과 묵념도 했다. 대구 집으로 돌아간 이후 지난 4월 팔공산 동화사 방문에 이은 두 번째 공개 행보이다. 이날도 특유의 올림머리는 여전했고 옅은 카키색 윗옷에 바지를 입었다.

"오늘이 어머니 49주기입니다. 그런 날이기도 하고, 아버지 생가 방문을 한 지도 오래돼서, (생가에) 아버지하고 여러 번 왔었고, 걸어 올라오면서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일반적인 얘기다. 기자들의 관심은 내년 총선을 앞둔 두 번째 공개 행보에 있었다. 친박계 인사들의 출마설이 흘러나오는 상황에 대해선 긴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건강을 회복해 옛 참모들을 만나기 시작했다"는 측근 유영하 변호사의 언론 인터뷰 내용 '그대로'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스스로 신발을 신고 신발 끈을 묶는 모습도 보였다. 수감 중 호소했던 허리 통증이 많이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8개월 앞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 의미가 없다고 할 순 없다. 반대로 생가에 가지 않는 것도 하나의 메시지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공개적으로 방문한 건 메시지를 전달할 의도가 분명히 있다는 의미다. 대구 사저에 들어간 뒤 대구와 경북 일정만 소화해 왔다. 측근들 말에 따르면 앞으로는 공개 일정을 조금씩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총선을 준비하는 '박근혜 사람들'

대구 자택 입주 이후 첫 공식 방문 때로 돌아가 보자. 대구 팔공산 동화사에 2시간 반 정도 머물렀다. 지지자와 기자 3백여 명이 모였고 지지자들은 "박근혜!"를 연호했다. 동화사 의현 큰스님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떤 잘못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주장'이다.

'박근혜 사람들'이 공개 행보에 나선 지 오래다. 대표적으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6월에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 이기인 경기도의원을 만났다. 모두 비윤계다. 이날 최 전 부총리는 '보수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4선을 지낸 경북 경산에서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공천을 못 받으면 무소속으로 나올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최 전 부총리를 특활비 사건으로 구속한 사람은 당시 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이다.

박근혜 정부 핵심 실세였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고향인 경북 영주나 대구 출마 얘기가 나온다. 그는 지난 6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를 하느냐 마느냐보다는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뭘까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총선에 나오고 싶다는 얘기다. 이미 출마 의사를 밝힌 측근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달성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달성군 현역 국회의원은 윤석열 정부 경제 수장인 추경호 경제부총리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친이계(친이명박) 인사들은 대거 기용되고 친박계(친박근혜) 인사들은 배제되고 있다. 기존의 정치적 기반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선에서 승리한 윤 대통령으로서는 국정 경험이 있는 보수 인사들이 절실한데 친박계 인사들은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대구·경북은 정치적 본산인 일종의 '안방' 개념이다. 친박계를 끌어안으려면 또다시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하는데 이러면 외연 확장이 안 된다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대구 경북에선 공천 과정부터는 물론 본선에서도 경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카키색 옷을 얼마나 더 자주 입고 공개 행보에 나설지는 내년 총선의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YTN 배인수 (insu@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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